[理知논술]중학생 논술 클리닉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코멘트
◎ 논제

글 (가)와 (나)는 국가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다. 두 글에서 제시하는 국가의 의미를 각각 분석하고, 어느 쪽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학생글

김연수·서울 서초구 경원중학교 3학년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제시문 (가)와 (나)는 상반된 견해를 보여준다. 국가의 절대성을 강조하는 (가)의 경우 국민은 형식상의 구성요소로 자유와 평등 같은 기본 인권은 무시될 수 있다. 반대로 (나)에 의하면 국가란 인간의 사회성이란 본능 때문에 생겨난 큰 집단이므로 국민의 필요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 오늘날 파시즘은 찾아볼 수 없다. 개인의 행복추구권처럼 인권이 강조되고 지구촌이란 말이 생겨날 만큼 국경의 의미가 작아지는 요즘 국가의 의미는 예전과 같을 수 없다. 다른 나라와의 전쟁, 기아, 질병 같은 극한 상황에서 권력층은 파시즘을 이용하려 하나 결코 최선의 정책이 아니다. 이는 절대 권력을 행사한 국가원수가 있었던 이라크나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국민들이 겪었던 고통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치는 지구상 많은 나라들이 채택한 민주주의의 이상을 대표하는 문구이다. 우리나라도 헌법에 주권이 국민에게 있음을 명시하고 FTA 같은 급격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최우선으로 담으려 한다. 즉 행복한 국민이 많을수록 국가의 경쟁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국민과 국가는 필요불가분의 관계이다. 그러나 결코 국가는 국민을 창조하며 그 위에 있을 수 없다.

이상민·경북 포항시 흥해중학교 3학년

글 (가)는 국가가 존재해야 국민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국민이 많이 존재한다고 해도 국가가 없으면 그들의 주인은 없다. 국민은 국가가 없으면 국제적으로 아무런 영향력이 없게 되며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큰일이 일어났을 때 국민이 하나로 합쳐 맞서 싸우지 않고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많다. 글 (나)는 국민이 존재함으로써 국가가 있다고 말한다. 마을과 마을이 모여서 하나의 집단이 된 것이 국가이다. 국가가 있어야 국민이 존재한다. 우리나라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지난 일제 강점기, 우리는 국가를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발언권을 갖지 못하였다. 즉 국민은 존재하였지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나라가 없었기 때문에 우리는 일제의 만행에 아무런 대항도 하지 못하였다. 글 (나)처럼 사람들이 모여 국가를 이룬다면 일제 강점기는 아마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더불어 살기를 원하는 인간들이라면 전쟁과 침략은 역사상에서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아무리 많아도 그 구심점인 국가가 없다면 그들은 다른 나라에 의해 이리저리 움직이는 꼭두각시 같은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국가 안에서 국민들은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해 주어야 하는 상호관계이다.

결론에선 자기주장 안담긴 역설적-비유적 표현은 피해야

■ 총평

글 (가)는 파시즘적 정책상 원칙으로 국가 내에 모두가 있고, 국가 밖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으며, 국가에 반대하는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즉 국가를 떠나서는 개인과 영혼의 가치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이와 반대로 글 (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으로, ‘국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국민이 먼저 존재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국가가 세워지기 위해서는 국민의 존재가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각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두 제시 글 중 어느 쪽의 의견이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

이번 논제는 국가와 국민 중 어느 쪽에 우위를 둘 것인지를 묻고 있다. 기실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논하는 것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를 놓고 고민하는 문제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와 같이 모순적인 관계를 놓고 한쪽의 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경우는 각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후 한 가지를 선택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가와 국민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제시 글을 정확히 분석하는 글이 많았지만, 상대적으로 어느 한쪽의 입장을 확고하게 정하지 못한 글들이 많이 보여 아쉬웠다. 이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쪽의 입장을 정확하게 정하고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논리적인 근거 마련 연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김연수 학생의 글은 글 (가), (나)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하고 있으며, 국민의 행복이 뒷받침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커진다는 생각하에 글 (나)의 입장을 따르고 있다. 무엇보다도 글 (가)의 입장에 대한 반론으로 개인의 행복추구권, 인권 등의 근거를 들어 자신의 주장을 잘 펼치고 있으며, 국제 정세도 파악하고 있어 배경지식이 풍부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론에서 ‘국민과 국가는 필요불가분의 관계’라는 구절로 인해 자신이 주장하는 내용이 일관성을 잃고 퇴색되어 버렸으며, 이 때문에 다시 역설적으로 ‘그러나 결코 국가는 국민을 창조하며 그 위에 있을 수 없다’고 마무리 짓게 되었다. 논술문의 결론에서는 자신의 주장을 확고히 하기 위해 포괄적이면서도 목적 지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위와 같이 직접적인 주장이 담기지 않은 역설적이거나 비유적인 표현은 삼가는 것이 좋다.

이상민 학생의 글은 글 (가)와 (나)를 통해 국가는 단합·단결의 표상으로서 존재한다는 사고하에 국가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 돋보였다. 과거 역사 속에서 ‘국민은 있었으나 국가는 없었다는’ 근거를 내세워 국가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논리적으로 잘 주장한 글이라 하겠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문장의 완결성이 다소 미흡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즉 국민은 존재하였지만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가 뒷받침 문장으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문장호응 관계를 준수해야 한다. 따라서 ‘즉 ∼ 이다’ 또는 ‘왜냐하면 ∼ 때문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 올바르게 문장을 완성해야 옳다. 덧붙여 위 학생과 마찬가지로, 결론의 마지막 문장은 국가가 반드시 우선시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는 하지만 ‘상호관계’라는 말이 자신의 주장을 흐리고 있으므로 생략하는 것이 좋겠다. 다시 말해 논술에서 자신이 주장할 내용을 끝까지 관철시키고자 하는 표현 노력이 필요하다.

김재필 LC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

◎ 다음 논제 써서 보내요

얼마 전 ‘한글날’이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승격되었다. 이는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지금까지 이를 잘 지켜온 우리 민족의 힘일 것이다. 특히 21세기 세계화 시대가 고유 언어의 존립을 위협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한국어와 한글이 더욱 소중하다. 우리 고유의 언어 한국어를 지켜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고, 동시에 국어를 발전시켜 세계적인 언어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글 (가)와 (나)를 통해 6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제시문

(가) 민족정신을 계승하고 민족 문화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어의 연구와 보급이 필요하였다. 이에 국어 학자들은 조선어 연구회와 그 뒤를 이은 조선어 학회를 중심으로 한글의 연구와 보급에 힘을 기울였다.

주시경의 제자인 이희승, 최현배 등을 중심으로 한 조선어 학회는 한글 보급에 노력하면서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표준어를 제정하였다. 또 우리말 큰사전을 펴내고자 하였으나, 일제의 방해로 성공하지 못하였다.

조선어 학회의 국어 연구와 한글 보급 활동은 일본어를 강요하던 일제에 대항하여 민족정신을 고취하고 민족 문화 전통을 계승하려는 민족 운동의 성격을 띠고 전개되었다. 일제는 민족 말살 정책을 실시하면서, 조선어 학회가 독립운동을 한다는 구실로 회원들을 체포하고 강제로 해산시켰다. 이때, 심한 고문으로 목숨을 잃은 회원도 있었다.[국사, 중 2, 288쪽]

(나) 영어공용화냐 디지털화냐

미국의 서머언어연구소는 지난해 세계 228개국에서 통용되는 6700여 개의 언어 중 절반 이상이 2050년 안에 사라질 것으로 예견했다. 그렇다면 소수언어 사멸의 원죄는 모두 ‘인터넷 영어제국주의’에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 몇백 명도 남지 않은 고유어 사용자 네트워크를 만들어 고유어를 보존하는 중국의 소수민족 ‘하카(Hakka)’ 등의 사례는 이런 주장에 쉽게 동의할 수 없게 만든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일본의 덴쓰인간연구소는 지난해 ‘경제 회복을 위한 아시아의 도전’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0년 안에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언어는 성장하고 그렇지 못한 언어는 위축될 것’으로 예견했다.

네트워크의 구축이란 다름 아닌 현재 언어자산의 정리정돈과 디지털 정보화. 인터넷 공간에서의 언어전쟁은 ‘영어냐 모국어냐’의 선택이기보다 자국어 정보를 얼마나 경쟁력 있게 디지털화했느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미국 어린이들에게 영국 책 사보기 붐을 일으킨 동화 ‘해리 포터’의 사례가 일깨우는 것도 그것이다. 문제는 인터넷이 아니라 미국 아이들에게 기꺼이 영국식 영어를 읽게 만들었던 그 매혹적인 ‘콘텐츠’라는…. [동아일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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