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나가서 ‘딴짓’ 좀 하려다…카지노 도박으로 2억 털려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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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업체 이사인 김모(48) 씨는 4월 초 경기 화성시 근처의 한 골프장에서 자신을 ‘여행사 회장’이라고 소개하는 전직 골프강사 한모(49) 씨를 만났다.

지역에서 18억 원 정도의 재산가로 잘 알려졌던 김 씨는 한 씨에게서 “요즘 카자흐스탄이 골프 치기에 그만이니 나와 함께 가면 최고급 빌라에서 여자 모델과 섹스관광도 즐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원정골프와 섹스관광 얘기에 솔깃해진 김 씨는 한 씨가 “여행경비를 놓고 내기골프를 하자”고 제안하자 바로 승낙해 지인들과 함께 골프를 쳤다.

한 씨는 골프 실력을 숨기고 일부러 내기에 져 여행경비를 대고 김 씨 등 3명을 데리고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갔다.

공짜 골프를 치던 김 씨는 한 씨의 제안으로 공범 김모(53) 씨가 운영하는 카지노에서 카드 게임의 일종인 바카라를 하면서 돈을 계속 잃었다.

김 씨가 종업원이 건네는 음료수를 마신 뒤 정신이 몽롱해지자 옆에 있던 한 씨는 무담보로 도박자금을 계속 빌려줬다. 새벽이 되자 빚이 산더미같이 불어 4억6000만 원이 됐다.

그러자 한 씨는 김 씨를 도시 근교의 작은 여관방으로 데리고 가 “이 카지노는 러시아 마피아와 연결돼 있다”면서 “한국 사람 한 명 없어져도 아무도 모른다”고 협박하며 차용증을 쓰게 했다.

여권을 빼앗긴 김 씨는 5일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못한 채 국내 가족에게 전화해 “돈을 송금하라”고 부탁해 2억3000원을 한 씨에게 줬다. 김 씨는 귀국한 뒤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외사과는 19일 공갈 등의 혐의로 한 씨와 카지노 업주 김 씨를 구속하고 범행에 가담한 교포 출신 카지노 업소 종업원 박모(37) 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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