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신부는 킬러를 고용해 신랑 목숨을 노리고…

  • 입력 2006년 10월 15일 16시 33분


지난해 4월 정모(40·여) 씨는 경기 성남시의 한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하면서 이삿짐을 옮겨준 이웃 A(44) 씨와 가까워졌다. 둘은 곧 동거를 시작했지만 A 씨는 같이 산 지 얼마 안돼 정 씨에게 손찌검을 하고 다른 여자들에게 한 눈을 팔았다.

배신감을 느낀 정 씨는 A 씨를 죽이고 보험금을 타낼 생각으로 A 씨 이름으로 5억 원 상당의 생명보험 4개에 가입했다. A 씨를 설득해 구청에 정식으로 혼인신고도 했다.

정 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박모 씨의 선배 김모(32) 씨에게 "남편을 살해하면 보험금 1억 원을 나눠주겠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11월 정 씨는 아무 사정을 모르는 남편 A 씨와 박 씨, 그리고 같이 남편을 살해하기로 한 김 씨와 함께 충남 당진군으로 '살벌한 신혼여행'을 떠났다.

여행지에 도착한 첫날 정 씨 일당은 당초 계획대로 바닷가 앞 횟집에서 A 씨에게 술을 계속 권했고 술에 잔뜩 취한 A 씨는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A 씨를 바다에 빠뜨려 실족사로 위장하려 했던 이들은 A 씨에게 방파제 앞에서 바닷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고 했지만 A 씨는 춥다며 서둘러 여관으로 들어가 버렸다.

정 씨 일당은 다음날 A 씨에게 "낚시를 하러 가자"며 배를 타고 외딴 섬으로 유인했다. 이들은 갯바위 위에서 낚시를 하던 A 씨의 등을 떠밀었지만 A 씨가 바닷물을 헤엄쳐 나와 두 번째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다

이들은 여행 셋째 날 A 씨에게 근처의 산으로 등산을 가자고 제안했고 눈치를 채지 못한 A 씨는 흔쾌히 동의했다.

등산 도중 정 씨는 A 씨에게 수시로 막걸리를 권했고 정상 근처에 올랐을 때 A 씨를 산 아래로 떠밀어 50m가량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게 했다. 하지만 A 씨는 등산로 철제 계단을 붙잡아 목숨을 건졌고, 살벌한 신혼여행의 전모가 드러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이재환)는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 씨에게 징역 7년을, 공범 김 씨에게는 징역 5년을 선고했다고 15일 밝혔다.

정효진기자 wiseweb@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