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女황제’ 시끌…황실관련 단체 “정체불명 승계식”

  • 입력 2006년 10월 3일 03시 00분


지난달 29일 열렸던 이해원(87·여·사진) 황손의 대한제국 30대 황위 승계식을 두고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과 황실을 지지하는 이들의 모임인 우리황실사랑회, 대한황실재건회가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전주 이씨 대동종약원은 2일 성명을 통해 “조선왕조의 맥은 고종황제-순종황제-황태자 영친왕-이구 황세손-이원 황사손으로 이어진다”며 이해원 황손을 다시 추대한 대한제국황족회를 비판했다. 종약원은 지난해 7월 이구 씨가 세상을 떠난 후 의친왕의 9남 충길 씨의 장남인 원 씨를 황실의 적통을 잇는 자손인 황사손(皇嗣孫)으로 결정했다.

황실의 상징적 복원을 원하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2001년 결성된 우리황실사랑회는 포털 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카페에 ‘황실은 국민에게 더 멀어졌다’, ‘멋대로 진행한 대관식이라니 어이가 없다’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다. 우리황실사랑회의 회원은 4800여 명.

회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우리황실사랑회는 지난달 30일 공식 성명을 내고 “29일에 열린 대관식은 대한제국황족회라는 정체불명의 단체가 이해원 황손을 감언이설로 유혹해 황족의 여론 없이 진행한 것”이라며 “대한제국황족회는 황실을 조롱거리로 전락시킨 책임을 지고 조직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황실 애호모임인 대한황실재건회도 “황족의 분열을 조장하는 특정 인물 중심의 황실재건운동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운영자 이종엽(32) 씨는 “대한제국황족회는 전주 이씨 종약원이 이원 황사손을 황위 승계자로 옹립한 것에 반대하는 세력이 주축이 돼 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한제국황족회의 이성주 대변인은 “이번 대관식은 당초 언론에 노출할 목적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어지러운 황손 질서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해원 황손의 의사에 따라 진행된 행사일 뿐”이라며 “그러나 황위 계승은 당호를 받은 황손의 동의만 있다면 대동종약원 등 다른 단체의 의견은 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반박했다.

이 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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