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이사람/충남경찰청 김선영 사이버수사대장

  • 입력 2006년 8월 31일 06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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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둔 5월 중순. 충남경찰청은 대전의 구의원 후보 A 씨가 돈을 뿌렸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곧장 선거사무실의 개인용컴퓨터(PC)를 압수했으나 A 씨는 이미 금전 지출 명세를 PC에서 휴대형저장장치(USB)로 빼내 간 뒤였다.

경찰이 USB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A 씨는 다른 USB를 갖다 주며 자료가 없다고 발뺌했다. 그러나 충남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문제의 USB 제조사와 일련번호를 확인함으로써 수사는 급물살을 탔다. 김선영(38·경감) 사이버수사대장이 외국의 USB 수사 사례를 알아 두었다 활용한 덕분이었다.

김 대장은 21일 한국 경찰관으로는 처음으로 디지털증거분석 국제공인자격증(EnCE)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디지털증거분석 프로그램 엔케이스(EnCase)를 개발한 가이던스 소프트웨어사가 주는 것으로 현재 국내 취득자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의 외부 전문요원 3명을 포함해 모두 5명.

응시자는 1주일의 교육과 필기 및 실기, 리포트 작성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며 실기 시험에서는 고난도의 하드디스크 분석 문제 20여 개를 풀어야 한다.

컴퓨터광인 김 대장은 일반 수사 부문에서 10년, 사이버 수사부문에서 1년 반의 경력을 쌓았는데도 불구하고 꼬박 1년가량 공부해야 했다.

김 대장은 지난해 2월 사이버수사대장으로 부임한 뒤 전국 지방청 가운데 처음으로 충남경찰청에 디지털증거분석실을 만들었다. 이후 인터넷 수사와 하드디스크 분석으로 50여 건의 범죄를 해결하거나 지원하자 경찰청은 5월 전국에 디지털증거분석실을 설치하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경찰청 수사교육에서 만난 전국의 사이버수사대 대원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김 대장은 “이제 컴퓨터와 관련 없는 범죄는 없다고 해도 좋을 만큼 디지털 증거 분석이 중요해졌지만 간부급 경찰관 가운데 관심을 갖는 사람이 없어 뛰어들게 됐다”며 “한국형 디지털증거분석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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