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MBA, 난 국내서 딴다…학비 싸고 인맥구축 유리

  • 입력 2006년 8월 30일 03시 04분


국내 주요 대학들이 올해 가을학기에 경쟁적으로 ‘글로벌 MBA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글로벌 MBA의 외국인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막걸리 사발식’(위)과 팀워크 강화 행사(가운데)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글로벌 MBA 과정도 전체 신입생 50명 중 8명을 외국 학생으로 뽑았다(아래). 사진 제공 고려대 서울대
국내 주요 대학들이 올해 가을학기에 경쟁적으로 ‘글로벌 MBA 과정’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 글로벌 MBA의 외국인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에서 ‘막걸리 사발식’(위)과 팀워크 강화 행사(가운데)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대 글로벌 MBA 과정도 전체 신입생 50명 중 8명을 외국 학생으로 뽑았다(아래). 사진 제공 고려대 서울대
《23일 오후 고려대 글로벌 MBA(경영학 석사) 1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 열린 강원 원주시 오크밸리 리조트 내 그랜드볼룸. 안대로 눈을 가린 10명의 내·외국인 학생이 컵에 매달린 끈을 하나씩 잡고 물을 흘리지 않은 채 컵을 목표 지점까지 옮기는 팀워크 훈련에 열중하고 있었다. 처음에 서먹해하던 다른 학생들은 이들 옆에서 “Turn left(왼쪽으로)” “Go straight(똑바로 가)” 등을 외치며 이동 방향을 설명했다. 프랑스 소르본대를 졸업한 프랑스인 알렉상드라 술리에(25·여) 씨는 훈련 뒤 “외국 대학에서 접하기 어려운 한국적 프로그램으로 조직 내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요즘 다양한 국내외 사례 연구와 해외 최신 경영이론을 접목한 ‘토종 MBA’ 과정을 육성하기 위한 각 대학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적 경영학을 배우자”

교육인적자원부가 인가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 서강대 등 6개 대학 경영전문대학원은 최근 1기 신입생을 모집했다.

이들 대학은 ‘토종 MBA’의 장점으로 해외 대학 MBA보다 수업료가 싸고 학생들의 국적이 다양하며 미국 등 해외 MBA 과정에서 실시하는 수업까지 들을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여기에 국내 대학 특유의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 구축’도 학생들을 끄는 요인 중 하나다.

1년 과정인 고려대 글로벌 MBA는 신입생 64명 중 22명이 외국인. 프랑스인 기슬랭 브룅(26) 씨는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2년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적 경영학’을 배우러 왔다”고 말했다.

브룅 씨를 포함한 22명의 외국인 신입생은 22일부터 3박 4일간 진행된 오리엔테이션 기간에 고려대 특유의 입학 세리머니인 ‘막걸리 사발식’도 소화해냈다.

○수업은 대부분 영어로

학생들이 대개 직장인이라 이들 MBA 과정의 상당수는 수업 기간을 줄이기 위해 ‘단기 속성’의 고강도 수업으로 진행된다.

21일부터 수업에 들어간 서울대 글로벌 MBA는 1년 수업 전체가 영어로 진행된다. 외국인 학생은 전체의 16%인 8명으로 미국 듀크대와 복수학위제를 운영하는 것이 특징.

고려대 글로벌 MBA 역시 모든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며 세계경영대학협회(AACSB)의 학위과정 인증을 받아 미국 하버드대 등 해외 유수의 대학에서도 취득 학점이 인정된다.

최근 연세대는 1년 6개월 과정으로 △일반 과정 61명 △산학협동 과정 7명 △글로벌 과정 30명 등 98명의 MBA 신입생을 선발했다. 글로벌 과정은 역시 외국 국적자가 30%에 이르며 수업은 영어로 진행된다.

‘토종 MBA’ 시장이 가열되자 지금까지 2년짜리 MBA 과정을 운영해 온 한국과학기술원(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54학점), 성균관대 ‘SKK GSB’과정(54학점) 등도 전열을 재정비해 학생 모집에 나설 태세다.

MBA 컨설팅업체인 JCMBA 정병찬 사장은 “국내 현실에 맞고 현장감 있는 사례 연구를 할 수 있느냐가 국내 ‘토종 MBA’ 연착륙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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