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의 후원금 가장 '로비자금' 조사

  • 입력 2006년 8월 27일 1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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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들이 후원금을 정치권에 전달하면서 청탁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로비 연루설이 끊이지 않고 있는 일부 정치인들의 후원금 내용을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19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에서 수거한 압수물 분석을 통해 업체들이 상품권 지정업체로 뽑히기 위해 정치권 등에 로비를 벌인 단서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28일 "압수물 분석을 해 가면서 이번 주 초반까지 상품권 지정 절차 등 개요를 파악할 수 있도록 자문을 받는 작업을 한다. 업체 관계자들의 본격적인 소환은 일러야 이번 주 중반 이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상품권 업체들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일부 의원들에게 상품권 업체로 지정되게 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됨에 따라 의원들에게 의심스런 돈이 유입됐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후원금 내용 등을 검증할 계획이다.

정치자금법이 개정되면서 법인이 일정 한도 이상의 돈을 낼 수 없게 됨에 따라 상품권 지정업체 뿐만 아니라 탈락업체들이 직원들 명의를 빌려 거액의 후원금을 냈을 수 있다고 보고 편법으로 후원금을 전달한 회사가 있는지도 살펴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인과관계와 대가성이 입증되면 합법적인 정치자금도 뇌물이 될 수 있다. 액수가 크고 업자와 관공서 간의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의원이 알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고, 돈을 받은 시기와 청탁 시기가 근접하면 뇌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직원들 명의로 계좌를 여러 개로 쪼개 한도를 넘는 정치자금을 받았다면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상품권 발행한도액을 넘겨 초과 발행한 상품권이 현금으로 환전돼 비자금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초과 발행된 상품권은 업체들의 '비자금'으로 전용돼 로비 자금 등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브로커 이모 씨가 상품권 발행업체들을 위해 게임산업개발원과 문화관광부 담당 공무원에게 억대의 금품을 건넸다는 첩보를 바탕으로 업체들의 금품 로비 의혹이 사실인지 확인해 나갈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된 코윈솔루션 주식 1만5000주를 모친 명의로 갖고 있던 전 청와대 행정관 권모 씨와 주변 관계인의 계좌를 압수해 부정한 돈거래가 있는지를 확인하기로 했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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