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어떻게 바뀌나]9명중 3명이 盧대통령 동기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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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효숙 헌법재판소 재판관이 헌재 소장에 취임하고 김희옥 법무부 차관 등 5명이 재판관에 임명되면 헌재 전원재판부의 면모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 등 보수 성향의 일부 법조단체를 중심으로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내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환영 의견을 냈다.

▽재판관 젊어지고 기수 낮아져… 성향 변화는 적을 듯=우선 눈에 띄는 변화는 재판관의 평균 연령이 4세가량 젊어지게 된다는 것. 재판관들의 평균 나이는 현재 60.88세에서 56.2세로 낮아진다.

사법시험 기수에서는 현재 사시 8∼10회가 주축을 이루고 있으나 새로운 재판관들이 취임하면 사시 15∼19회가 주축을 이루게 된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재판관들의 성향에서는 새로 재판관에 추천된 인사 5명의 면면을 살펴볼 때 그리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들 5명 가운데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 목영준 내정자는 모두 법원 내에서 정통 법관의 길을 걸어 왔고, 김희옥 내정자는 검찰의 고위 간부 출신이다. 이념적 성향으로 본다면 중도 보수에서 보수 사이로 가늠할 수 있다.

퇴임하는 재판관과 단순 비교를 해도 이념적 성향에서는 변화를 느끼기가 쉽지 않다. 퇴임하는 재판관 5명도 보수 성향으로 볼 수 있다.

헌재 소장은 결정 과정에서는 다른 재판관과 동일한 9분의 1의 권한만 행사한다는 점에서 소장 교체가 헌재 결정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또 전 재판관이 신문법에 대한 결정에서 핵심 조항에 대해 위헌 의견을 낸 것처럼 알려진 성향과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에 그동안 보여 온 성향을 가지고 앞으로 내릴 판단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법조계에서는 엇갈린 반응=대한변협 하창우 공보이사는 “헌재 소장은 대법원장 이상의 경륜과 풍부한 법률 지식을 갖춰야 하는데, 전 재판관은 지금까지 중요한 결정에서 이념적 편향성을 보였다”고 말했다.

하 공보이사는 “전 재판관이 헌재 소장에 임명됨으로써 헌재의 결정들이 공정성을 의심받거나 정치적 분쟁을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 이헌 사무총장은 “부인할 수 없는 전형적인 코드 인사”라며 “왜 헌재 소장 자리만 여성 개혁성을 운운하며 인선 기준으로 삼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변 민경한 사법위원장은 “재판관은 개인 소신이나 법률 지식으로 판단해야지 단순히 대통령과 사시 동기인 것만으로 문제삼을 수는 없다”며 “소수자 인권 보호 등에 누구보다 앞장서 왔고 개혁성이 두드러진 전 재판관의 헌재 소장 내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미 3년+새로 6년’ 편법임기 논란▼

논란이 됐던 전효숙 신임 헌법재판소장 내정자의 임기는 ‘소장 임명 뒤 새로 6년’, 즉 2012년 9월까지로 정리됐다. 전 내정자가 재판관을 사임한 뒤 새로 소장에 임명하는 것으로 청와대에서 결정했기 때문.

헌법재판소법에는 ‘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고 돼 있다. 헌법학자들은 대체로 전 내정자는 재판관으로 임명된 2003년 8월 임기를 시작한 것으로 보고 3년 동안 소장으로서 소임을 다한 뒤 2009년 8월 퇴임해야 한다고 해석해 왔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임을 해 ‘민간인’ 신분이 된 전 내정자를 다시 재판관으로 임명하면서 동시에 소장으로 임명하는 복잡한 방식을 택했다. 이 때문에 전 내정자의 임기를 연장하기 위해 무리한 방법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헌법학자는 “국가 질서의 근간을 세우는 헌재가 특정인의 임기를 늘리기 위해 편법을 썼다”며 “헌재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켰다”고 꼬집었다.

또 법에는 ‘재판관의 임기는 6년으로 하며 연임할 수 있다’고만 돼 있고 몇 차례 연임할 수 있는지는 규정이 없다. 전 내정자의 경우 법적으로는 한 차례 더 연임해 2018년까지 직위를 유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더라도 현재 55세인 전 내정자는 정년(70세)을 넘기지 않는다. 역대 재판관 중에는 김문희 김진우 전 재판관이 한 차례씩 연임한 전례가 있다.

한편 전 내정자는 발표 직후 “중책을 맡게 돼서 무겁고 두려운 마음”이라면서 “국회의 동의를 얻으면 맡은 바 소임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짧게 소감을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헌재 재판관 내정자 5명

▽김희옥 법무부 차관=언론학 석사와 법학박사 학위를 가진 검찰 내 대표적인 학구파. 형사소송 분야의 전문가로 국민의 사법참여 확대 토론회 등에서 검찰 대표로 지정 토론을 맡기도 했다. ‘형사소송법 연구’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사생활 보호’ 등 원론과 각론, 판례를 망라한 저서를 펴냈다. 2001년 수원지검 1차장으로 근무할 때 컴퓨터수사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첨단범죄 수사에서도 성과를 냈다.

▽김종대 창원지법원장=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1년간 재직한 기간을 빼고는 줄곧 영남에서 활동한 향토 법관. 노무현 대통령과 사법시험 17회 동기로, 노 대통령의 사법연수원 동기생 친목모임인 ‘8인회’ 멤버다. 보수성향이지만 판결에서는 소신이 뚜렷하다는 평. 1970년대 말 부산지법에서 근무할 때 하급심 판결로는 처음으로 발행지 표시가 없는 어음도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도 확정됐다.

▽민형기 인천지법원장=엄격한 법 해석을 바탕으로 소신껏 판결하는 실력파 법관으로 꼽힌다. 2003년 9월 ‘국가정보원 도청의혹 사건’의 참고인으로 재판 전 증인신문에 응하지 않은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이 과태료 부과 이의신청을 제기하자 이를 기각한 것이 대표적인 예. 일조권 침해와 관련해 “아파트 재건축조합 등이 주택 시가 하락분의 80%를 배상하라”고 판결하는 등 환경 분야에도 정통하다.

▽이동흡 수원지법원장=헌법재판소 헌법연구부장을 지냈으며, ‘헌법재판의 이론과 실제’라는 논문을 낼 정도로 헌법재판 분야에 이론적으로 정통한 판사로 알려져 있다. 국내와 미국 조세 분야나 공정거래법에도 조예가 깊어 관련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수원지법원장 재직 시절 인신구속의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해 5가지 구속요건 판단기준을 정하고 공개해 사법부의 신뢰 향상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목영준 법원행정처 차장=법원 내에서 보기 드물게 행정과 재판 두 분야에서 모두 성과를 남긴 판사로 꼽힌다. 법원행정처 차장 시절 법원 내부의 반발을 딛고 로스쿨과 배심제 등을 도입하는 사법개혁 작업을 추진했다. 아파트 체납 관리비의 승계 논란에 대해 공용과 전용 부분 관리비를 분리해 공용 부분 관리비만 승계된다는 논리를 펴 이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국제거래법 분야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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