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명 안벗겨지면 판사 여럿 다쳐”…前고법부장등 3명 구속

  • 입력 2006년 8월 9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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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1시 16분경 구속이 집행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 성동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라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훈구 기자
9일 오전 1시 16분경 구속이 집행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서울 성동구치소로 향하는 승용차에 올라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훈구 기자
수입카펫 판매업자 김홍수(58·수감 중) 씨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관행(50·사법시험 22회)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내가 받고 있는 누명이 벗겨지지 않으면 여러 판사가 다칠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조 전 부장판사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비공개 영장실질심사에서 “다른 부장판사 3명은 놔두고 왜 나만 문제삼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조 전 부장판사가 이 같은 발언을 하자 검찰 측은 “그만 하라”며 제지했다고 영장심사에 배석한 복수의 참석자가 전했다.

검찰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조 전 부장판사가 김 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소개한 판사들에 관해 구체적으로 진술할 경우 사법부는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현웅)는 조 전 부장판사를 통해 김 씨와 술자리를 같이했거나 금품을 받은 다른 동료, 후배 판사들 중에 김 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만한 제3자의 진술이 없거나 사건과 직접 관련성이 없는 경우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수사해 온 법관은 조 전 부장판사 외에 대법원 재판연구관 K 씨 등 3명이었으나 수사 대상이 전면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씨와 알고 있는 판사들은 대부분 조 전 부장판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며 “조 전 부장판사는 김 씨에게서 100만 원이라도 받은 사람이나 같이 술 마신 판사들을 모두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이상주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이날 밤 11시 50분경 조 전 부장판사와 김영광(42·사시 38회) 전 서울중앙지검 검사, 전 서울 서대문경찰서장 민오기(51·사시 31회) 총경 등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은 9일 새벽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됐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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