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졸속정책 세금 360억 날려

  • 입력 2006년 6월 27일 03시 00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정책 집행으로 혈세 360억 원이 날아갔다.

보건복지부는 “2001년부터 의약품 전자상거래 시스템 구축과 운영을 담당해 온 삼성SDS에 360억 원을 물어 주고 관련 시스템을 폐기 처분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5일 항소심에서 “복지부는 삼성SDS에 시스템 구축비 199억 원을 포함해 360억 원을 올해부터 2011년까지 12월마다 60억 원씩 지불하라”고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무리한 정책으로 막대한 국민 세금을 낭비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직불제 폐지로 무용지물=1998년 10월 복지부는 의약품 유통 비리 근절 대책의 일환으로 의약품을 온라인으로 거래하는 ‘의약품유통종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아울러 의약품 대금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약업체로 일괄 지급하는 ‘직불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대금 거래에 국가가 개입해 의사와 제약업체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것. 이 규정은 1999년 2월 제정된 국민건강보험법에 포함됐다.

이전에는 의약분업이 실시되지 않아 의사가 제약업체로부터 직접 약을 구입했으며 이 과정에서 리베이트가 오간다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따라 2000년 3월 삼성SDS는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고, 2001년 7월 약제비 지급 시스템을 제외한 주문 거래 통계분석 등의 시스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1년 12월 국민건강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직불제 규정이 사라졌다. 거래 수수료 수입을 수익모델로 삼았던 삼성SDS는 당연히 큰 피해를 봤다.

결국 삼성SDS는 2002년 6월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003년 7월 1심 재판부는 “복지부는 삼성SDS에 458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복지부는 항소했으나 5일 항소심 재판부가 조정 결정을 내렸다.

▽의료계 반발 뻔한데도 밀어붙여=복지부의 안일한 대응과 대한의사협회 등 관련 단체의 이기주의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복지부는 시스템 부실 운영 이유를 “의사 약사 등은 거래가격이 드러나는 것을 기피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은 직불제 시행 이후 줄곧 폐지를 주장했다.

그러나 복지부는 의료계의 반발이 뻔한데도 치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정책을 추진했다고 비판받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당시 의약분업제도를 시행하면서 이참에 직불제를 밀어붙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삼성SDS와의 합의를 늦추면서 배상금이 불어났다. 최종 배상금 액수는 1심 판결(458억 원) 때보다 적다. 그러나 삼성SDS는 재판하기 전에 복지부에 시스템 인수 요청을 한 적이 있다. 이때만 해도 인수 비용은 300억 원 정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는 “의약품 유통 개혁이라는 목적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철저히 준비하지 못해 정책이 실패하게 된 점을 인정한다”며 “당시 정책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등을 조사해 책임 소재를 규명하고, 그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