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통합교과 논술]논술의 원리-아우르기 총론

  • 입력 2006년 5월 2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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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의 원리 - 아우르기 총론

<제시문>

(가)흔히 ‘국제화’의 걸림돌로 지목되는 자국 중심주의는 사실 민족의 분단과 정치적 민족주의의 상실이라는 우리의 과도한 현실 속에서 강화된 것이다. 한말의 지식인들이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버리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과 서구에 대해 극도로 배타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그들의 잠재력을 파악할 능력을 갖지 못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절대적 의존과 북한에 대한 적대 속에서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민족주의의 ‘과잉’이 아니라 국가주의의 위세 속에서의 전진적이고 개방적인 민족주의의 결여이다.

현재의 국제화론은 과거의 문명개화론, 근대화론과 공통점을 가진다. 우선 모두 다 서구 선진국의 표준을 추종하는 것을 민족의 발전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으며, 둘째로 보편주의적 정서에 경도되면서 실제로는 ‘특정의’ 외세에 의존하는 결과로 나아가는 경향을 갖고 있다. 셋째로 국내 민중에 대한 배제에 기초하고 있으며, 민중의 역량을 동원하기보다는 엘리트의 자각에 비중을 두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문명 개화론과 근대화론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민중적 에너지에 바탕을 둔 전진적, 개방적 민족주의가 확고히 견지되어야 할 것이다.[교육인적자원부, 고등학교 국사 교사용지도서]

(나) 칸영화제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감독상을 수상한 임권택 감독을 미국적 매체인 영화를 무비판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그는 가장 미국적인 문화매체를 이용하여 한국인의 삶과 한, 사상과 역사를 표현함으로써 한국문화와 역사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잘 표현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거장일 뿐이다.

중국과 동남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를 일으키고 있는 힙합과 랩 가수들이 외래 저질 문화에 물든 서양화되고자 애쓰는 아이들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도 이제는 사라졌다. 이들은 미국과 일본의 대중문화를 철저하게 모방하고 따르고자 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지극히 한국적인 것을 찾아서 바깥 세상에 보급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정부마저 나서서 지원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황선홍과 유상철, 안정환은 영국의 국기인 축구를 하면서 외국을 흉내 내는 사람이 아니고 우리의 국위를 마음껏 선양하고 있는 ‘국가 대표’들이다. 그리고 그 팀이 히딩크 감독이라는 네덜란드인에 의해서 조련되고 실력발휘를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가 외세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는 사람도 없다. 오히려 히딩크라는 외국인이 ‘국민적 영웅’이 되어버렸고 앞 다투어 그의 리더십을 배우고자 하고 있다.

[함재봉, <열린 민족주의 닫힌 민족주의>]

(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 민족의 숫자는 겨우 400만 명으로 세계 인구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대인들은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에 전 세계로 흩어졌다.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서 2000 년 동안 흩어져 살아온 까닭에 그들 가운데는 백인종이 있는가 하면 흑인도 있고 황인종도 있다. 이미 그 나라 사람화된 것이다.

오랜 방랑 생활 가운데 유대 민족이 겪은 수난과 고통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역사상 수많은 왕조가 유대인들을 몰살하기 위한 기도를 꾸몄고 근세에는 유명한 히틀러의 유대인 박해를 들 수 있을 만큼 유대인 역사는 수난과 방랑의 역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오늘날 그들의 전통과 언어를 간직한 채 살고 있다.

세계 경제ㆍ정치ㆍ사회ㆍ문화 할 것 없이 유대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세계를 움직이는 손가락을 꼽을 만한 정치가ㆍ경제인ㆍ학자들 가운데 대부분이 유대인이다. 노벨상 수상자 가운데 가장 많은 민족도 유대인이다.

[‘이스라엘 문화원’ 자료]

<해설>

논술의 논제로 제시되는 현상이나 대상은 복잡하고 입체적인 성격을 지닌다. 입체적이고 복잡한 현상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그 이해를 바탕으로 독창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 바로 논술이다. 그런 점에서 논제의 대부분이 ‘아우르기’의 사고를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여러 하위 종류나 유형으로 나뉠 수 있는 현상이나 대상이 등장하는 경우에는 아우르기가 필요하다.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책상 위가 엉망이 된다. 책과 공책, 필기구가 한데 엉켜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 어려워지고, 책을 어디에 두고 공부해야 할지를 정하는 것도 어렵다. 그럴 땐 정리를 해야 한다. 책은 책끼리, 필기구는 필기구끼리 가르고 묶으면 복잡한 책상 위가 말끔하게 정리되고 숨어 있어서 찾을 수 없던 물건도 찾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한데 엉켜 있는 사물들을 분류하여 같은 것까지 모아 정리하는 것이 바로 ‘아우르기’이다. 같은 것끼리 가르고 아우르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사물들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대상의 전모가 드러난다.

<응용>

다음과 같은 자료를 주고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폐해와 대책 방안’에 대한 견해를 밝히라는 논제가 있다고 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보기>의 자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주제문을 설정해야 한다.

<보기>

(가)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영향에 관한 의식

긍정적인 측면 78%-부정적인 측면 22%
정보 처리의 신속과 정확성1위범죄의 지능화, 대형화
생산과 사무의 자동화2위정보화로 인한 사생활의 침해
연구와 개발 업무의 정밀화3위조작상의 오류로 인한 피해

(나) 최근 경찰청 컴퓨터 수사대에서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른 문제점으로 다음과 같은 점을 지적하였다. 첫째,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할 때 가져야 할 윤리에 관해 무관심하며, 기업에서 범죄를 저지른 해커를 채용하는 것은 범죄를 옹호하는 행위라는 의식이 희박하며, 이로 인해 해킹을 잘하면 사회적으로 우대받는 비뚤어진 심리가 사회에 만연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다) 정보통신부는 정보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문제점 극복 방안을 물어본 결과 제1순위로 ‘인터넷 관련 법규의 제정’을 들었고, 다음으로는 ‘인터넷 이용자의 윤리 의식 제고’, 마지막으로 ‘인터넷 서버에 대한 체계화된 점검 및 감시 장치 마련’을 들었다.

제시된 자료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주제문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제시된 자료의 핵심적 내용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가)는 인터넷 활성화에 따른 양면적 기능에 대한 자료이며, (나)는 경찰청 자료를 통하여 인터넷의 활성화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다)는 인터넷 활용에 따른 문제점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모두 아울러서 내릴 수 있는 주제문은 “인터넷 이용자의 윤리 의식을 높임과 동시에 관련 법규를 제정하고, 체계화된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가 될 것이다.

이양근 파사쥬 논술 대표 강사

■논제

논제 1. (가)를 읽고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이유와 대책에 대해 말해 보시오.

논제 2. (가)의 입장에서 볼 때 (나)가 양극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논하시오.

논제 3. (가), (나)를 참고해 양극화 현상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시오.

[제시문은 5월 9일자 2면 또는 이지논술 사이트 참조]

■학생글 - 강연우·경기 백석고등학교 2학년

양극화 현상이란 중산층의 비율이 줄어드는 반면에, 빈곤층의 비율이 증가하여, 사회계층구조가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거의 양분되어버리는 현상이다. ①이것은 중산층의 재정적 기반이 ⓐ무너지거나 하여, 빈곤층과 ⓑ같아져 버리는 것이므로, 그것을 지탱해주는 제도, 정부의 정책 등에서 원인 중 하나를 찾아볼 수가 있다.

우리나라는 아직 인간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주는 복지제도가 상당히 미흡한 편이다. ②이는 개인이 큰 재정적 난관에 봉착했을 때, 지원을 해주지 못해 결국 무너지게 하고 만다. ③거기에 빈곤층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빈곤층의 수는 결국 늘어나게만 된다.

㉮【그런 문제에 제시문(나)에서는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정부의 참여를 촉구하는 제시문(가)와 같은 입장에는 반대되는 이야기이다. 기업이 경제적인 면을 비롯해 여러 분야에서 ④정부를 보조해 주면 좋기야 하겠지만, 문제는 정부의 참여다. 정작 정부가 복지제도의 확충 등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지원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의 지원이라는 측면도 양극화 해소에 있어 고려해볼 만한 측면임은 확실하다. ④문제는 정부, 정부이다. 민간(기업)은 아무래도 이익을 위한 집단이다 보니, 이윤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모두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이다.】

양극화현상의 심각성은 사회 계층 분리에서 시작한다. 양극화라는 말대로 중산층의 비율이 심하게 줄어 부유층과 빈곤층으로 양단되다시피 하는 것이다. 그러면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져 빈곤층은 계속해서 붕괴하게 되고, 경제는 갈수록 악화된다. 빈곤층은 자립하기도 힘들어 빈곤층을 벗어나지 못 할 것이고, 중산층도 이런 현상에 불안 심리를 가지고 자신들의 자금을 더 묶어놓아 생산 및 경제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곧 경제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다음에는 경제악화와 양극화 현상이라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양극화 현상에 대하여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인가? 양극화는 중산층이 몰락하여 빈곤층이 되고, 그로 인해 중산층의 비율의 하락, 빈곤층의 증가가 일어나는 것이다. ⑤중산층이 심각하게 몰락한다는 것은 경제상황이 좋지 않음을 의미하니 일단 경제를 바로 잡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을 중심으로 말해보자면, 먼저, 복지제도의 확충을 들 수 있겠다. 중간층으로 하여금 안심하고 생산 활동에 참여하도록하고, 빈곤층은 자립하고 경제생활에 참여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오히려 중산층의 비율을 높임으로써 양극화 현상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세간에서 양극화 현상의 심각성을 알리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다. 모든 이들을 위할 의무가 있는 정부는 모두가 살기 위해서라도 사회·경제에 뛰어들어 적극적인 양극화 해소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첨삭지도 - 중산층 몰락에 대한 해결책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설득력

이번 논제는 세 가지의 논제에 각각 출제자의 의도가 다르게 나타나 있다. 논제 1은 학생들의 제시문 이해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으며 논제 2를 통해서는 제시문간의 상관관계 및 제시문에 대한 종합적 이해 능력을 묻고자 하였다. 마지막으로 논제 3은 학생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많은 학생이 출제자의 의도에 맞는 글을 쓰지 못해 안타깝다.

① ⓐⓑ에서 보조 용언은 불필요하게 사용되었다. 지나치게 보조 용언을 사용하면 본용언의 내용을 흐릴 수 있으니 유의하자. ‘재정적 기반이 무너져 빈곤층과 같아지는 것이므로’로 고치자.

② 목적어 ‘지원을’의 주어는 정부이다. 이 글에서 정부는 앞 선 문장에서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생략할 수 없다. 그리고 서술어 ‘무너지게 하고 만다.’에서 무너진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정부가 지원을 해주지 못해 개인은 결국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만다.’로 고치자.

③ ‘지원’에 대해서는 앞선 문장에서 언급하였다. 따라서 이 문장은 문맥상으로 놓고 보자면 ‘정부는 정책도 제대로 수립하지 않았기 때문에’로 고쳐야 한다.

④ 정제되지 않은 구어체는 지양해야 한다. ‘정부를 보조해 주면 좋지만 문제는 정부의 참여다.’로 고치고 ‘문제는 정부, 정부이다.’는 생략하자.

⑤ 앞 뒤 두 문장에서 글쓴이는 경제를 잡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진술한 후 이어서 ‘먼저’ 정부의 정책으로 복지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어떤 것을 우선시하여 정책을 펼쳐야 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또한 일반적인 주장은 있으나 구체적인 실천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논술에서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구체적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 기업의 지원이 양극화 해소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임은 확실하다고 언급함과 동시에 이익추구를 위한 민간이나 기업은 배제해야 한다는 모순적 진술을 하고 있다. 통일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정확하게 한 방향으로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여 진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 학생들이 갖추고 있는 배경지식의 한계와 구체적 사례에 대한 부족으로 일반적인 진술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양극화 해소를 도모해야 한다.’라는 마지막 진술은 논제 3에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제시하시오.’의 반복 표현에 불과하다. ‘어떻게’에 해당하는 실천 방법이 빠진다면 답변이 될 수 없다.

지난 논제와는 다르게 출제된 이번 유형에 대해 학생들이 논제 파악부터 어려움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세 가지의 논제가 학생의 논술적 능력을 평가하는 여러 요소를 모두 담고 있으니 이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할 수 있다면 논술 능력의 향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석록 대치 메가스터디 학원장·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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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논제 - 써서 보내요

논제 1. (가)와 (나)를 읽고 개방적 민족주의의 구체적인 사례에 대해 서술하시오.

논제 2. (다)를 참고로 하여 민족주의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에 대해서 기술하시오.

논제 3. 제시문을 참고해 세계화 시대에 우리 민족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서 논하시오. 단, ‘배달 민족’이라는 용어를 반드시 사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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