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넘은 아버지 모신 노인

  • 입력 2006년 5월 7일 1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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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비하면 제가 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효도했다고 국민훈장까지 받으니 쑥스럽습니다."

제34회 어버이날을 맞아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 민정기(72) 씨는 100세가 넘은 아버지 민병욱(104) 씨를 1965년부터 극진한 정성으로 모시는 '노총각'이다.

그는 2년 전 아버지가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하자 하루도 빠짐없이 병원에 들러 직접 대소변을 받고 목욕 수발을 들며 간병해 왔다.

결혼한 두 형이 "막내에게 맡기면 안 된다"며 모시려 했지만 아버지는 "막내가 편하다"며 함께 지냈었다.

민 씨는 지난해 1월 뇌출혈로 쓰러진 뒤 건강이 악화됐다. 하지만 "부모님이 우리를 키울 때 전혀 힘들다는 말씀을 하신 적 없는데 내가 힘든 게 뭐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민 씨는 "사람은 죽기 전에 모든 재산을 사회로 환원하는 것이 도리"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사회봉사 활동에도 열심이다.

텔레비전과 휴대전화 하나 없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지만 1년 전까지 어버이날을 전후해 저소득 노인에게 잔칫상을 마련해 줬다. 또 소년소녀가장에게 매달 15만 원씩 학비를 지원했다.

민 씨는 아버지의 호(제봉·啼鳳)를 딴 장학재단을 만들어 가난한 학생을 도울 계획도 갖고 있다.

그는 "바쁘게 살다 보니 결혼하지 못한 게 오히려 불효"라며 "아버지를 모시는 것은 자식으로서 아들의 도리를 다하려는 노력일 뿐"이라고 말했다.

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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