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고교 2, 3학년 20% "체육수업 안한다"

  • 입력 2006년 5월 5일 16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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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내내 앉아만 있으면 몸매가 엉망이 될 거예요."

서울 H여고 김모(19) 양은 불어나는 체중 때문에 고민이다. 3학년에 올라온 지 두 달쯤 됐을 뿐인데 몸무게가 5kg이나 늘었다. 다이어트를 하려해도 입시 부담으로 자꾸만 간식에 손이 간다. 3학년은 체육수업도 없어 체중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Y고 박모(19) 군은 2학년에 이어 올해도 체육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됐다. 3학년 선택과목이 '사회문화 화학 체육'과 '국사 생물 미술'로 묶여 있어 국사와 생물을 위해 체육을 포기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운동장에 나가 뛰고 싶지만 다른 과목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자신이 없다.

서울시내 고교 2, 3학년 5명 중 1명이 체육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서울지역 고교 2, 3학년 22만2525명의 체육수업 실태를 조사한 결과 20.5%인 4만5683명이 체육수업을 받지 못한다고 5일 밝혔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여학생일수록 이런 경향은 뚜렷해진다. 고교 2학년의 12.4%, 3학년의 28.3%가 체육수업을 받지 못했다. 또 여학생의 30.1%가 학교에서 체육을 하지 않아 남학생(12.6%)보다 훨씬 높았다.

이는 음악 미술 체육 중 하나의 교과만 선택할 수 있는 7차 교육과정으로 인해 체육수업을 개설하지 않는 학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서울시내 285개 고교 중 올해 3학년 수업에 체육 과목이 없는 학교는 78개교(27%)였다. 2, 3학년 모두 체육을 하지 않는 학교도 16개교나 됐다.

서울 Y고 관계자는 "학생들의 의견을 묻긴 하지만 수업선택권을 무한정 주기엔 교사 확보와 수업 배정에 어려움이 많다"며 "1학년은 체육수업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기본과목이지만 2, 3학년은 그렇지 않아 음악·미술 수업을 받게 한다"고 말했다.

고교 비만학생 비율이 15.9%로 나타난 가운데 체육수업마저 등한시되고 있어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지역 고교 비만학생은 5만5043명, 표준체중의 50%를 넘는 고도비만 학생은 6376명으로 집계됐다.

서울교육대 안양옥(安洋玉·체육교육) 교수는 "성장이 멈추는 20세까지 신체적 잠재력을 키우는 체육과목은 꼭 필요하다"며 "점수 따기에 의존하는 체육활동이 학생들의 흥미를 잃게 만드는 만큼 다양한 수업모델 개발도 필수"라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체육 수업을 실시하지 않는 학교에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보급할 것"이라며 "비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별 비만관리프로그램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창봉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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