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성매매 적색지역 24곳 졸속발표 논란

  • 입력 2006년 5월 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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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백화점이 퇴폐업소 지역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보여 당혹스럽습니다.”

경남 창원시 상남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창원점 관계자는 “상남상업지구라고 하면 될 것을 왜 롯데백화점 일대라고 발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경찰청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성매매 적색지역’에 대해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적색지역의 중심부로 소개된 건물 중 상당수가 유흥업소 밀집지역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일부 지역의 번화가들은 단순히 유흥업소 수가 많다는 이유로 ‘퇴폐지역’으로 낙인 찍혔기 때문이다.

전국의 성매매 적색지역은 모두 24곳. 하지만 경찰청이 발표한 적색지역 주변에는 정작 유흥업소가 거의 없는 곳이 적지 않다.

롯데백화점 창원점만 해도 경찰청은 백화점 주변에 유흥업소가 469곳이 있다고 밝혔지만 실제 유흥업소 밀집지역은 백화점에서 300∼500m나 떨어져 있다.

대전 동구 용전동 버스터미널 일대도 마찬가지. 터미널 주변은 주택가로, 유흥업소가 밀집해 있는 곳은 터미널의 맞은편이다.

유흥업소 수만을 갖고 무리하게 적색지역으로 선정한 곳도 많다.

대구 달서구 이곡동 쇼핑월드 일대 반경 1km 이내에는 성서경찰서와 성당, 초·중학교 3곳, 대형할인매장, 대구지방조달청 등이 있다. 이들 주변에 노래방이나 단란주점 등이 있긴 하지만 신·변종 성매매업소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롯데백화점 일대나 인천 남동구 구월동 로데오거리 일대는 서울의 명동과 같이 대형 백화점과 쇼핑센터 등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대표적 번화가다.

자연히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게임장이나 노래방, 비디오방 등이 많은데 경찰청은 이들 업소의 수까지 모두 집계해 이곳을 적색지역으로 선포했다.

적색지역 가운데 ‘문제업소’가 가장 많은 곳으로 소개된 울산 남구 삼산동 버스터미널 일대도 불만이 높다. 경찰청은 삼산동 버스터미널 주변에 1029곳의 풍속업소가 밀집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적색지역 중 두 번째로 풍속업소가 많은 제주시 연동 신제주시장 일대(555곳)에 비해 2배 가까이 되는 수치다.

하지만 울산 남구청 관계자는 “삼산동 버스터미널 일대에 유흥업소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2, 3년 전부터 문을 닫는 룸살롱이나 나이트클럽이 속출하고 있어 현재는 유흥업소 수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방경찰청 관계자들조차 “(경찰청에서) 유흥업소 수를 보고하라고 해놓고 번화가를 일방적으로 적색지역이라고 발표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적색지역을 더 명확히 하려고 인지도가 높은 건물이나 상호를 사용토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실제 밀집지역과 다소 차이가 난 곳이 있는 것 같다”고 뒤늦게 해명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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