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대전/충남]‘왕의 눈병’ 우리 물로 고쳤다

  • 입력 2006년 3월 27일 0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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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왕의 물은?’

충남 연기군 전의면과 충북 청원군이 관내 탄산수의 효험에 대해 은근히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의면은 과정리 티우고개 산 속의 우물에서 나오는 탄산수가 세종대왕의 눈병을 고쳐 드린 신비의 약수라며 2003년부터 ‘왕의 물 축제’를 열고 있다. 올해 축제는 25일 열렸다.

‘전의 왕의 물 선양위원회’는 “조선왕조실록(1445년 편)에 ‘세종대왕이 1년간 ‘특송(特送)’된 전의 초수(椒水·후추처럼 떫고 매운 맛이 나는 냉천 탄산수)로 아침마다 얼굴을 씻고 마셔 안질(眼疾)이 나았다’는 기록이 나온다”고 말했다.

당시 전의와 한양 거리는 말을 타고 3일, 걸어서 1주일 걸렸기 때문에 탄산수의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 해가 진 뒤 말에 싣고 해 뜨기 전에 한양 왕궁에 도착하는 일종의 ‘특송 작선’이 시행됐다는 것.

이 기록에 따라 축제에서는 세종대왕이 전의 초수를 마시는 장면과 물을 말에 싣고 달리는 모습 등이 연출된다.

임영수(43) 연기향토박물관장은 “실록에 보면 세종대왕은 충북 청원의 초정수의 효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현지에 행궁까지 지어 요양했지만 효험을 보지 못하고 결국 전의 초수로 나았다”며 전의 초수의 우수성을 내세웠다.

같은 해 10월부터 내수읍 초정리 세종대왕 행궁터 일원에서 ‘세종대왕과 초정약수축제’를 시작한 청원군은 “전의 초수와 청원 초정수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축제는 어가 행렬과 세종대왕이 초정수를 마시고 이 물로 눈을 씻고 목욕하는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또 세종대왕의 업적을 기리는 한글 바로쓰기와 글짓기 대회 등도 연다.

청원군 이규상 공보계장은 “실록을 보면 세종대왕이 2차에 걸쳐 초정수로 눈병을 치료했는데 봄 방문시(1차)에는 효험을 보았지만 가을 방문시(2차)에서는 별 효험을 보지 못했다고 전한다”며 “이는 여름 이전의 약수가 효험이 높기 때문이며 이를 토대로 어느 지역의 약수가 더 효험이 있다고 보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는 “초정수는 세계광천학회에서 미국의 샤스터, 영국의 나포리나의 약수와 함께 세계 3대 광천수로 공인했다”며 “약수는 땅에서 솟아오를 때 약효가 최고인데 (전의 초수의 경우) 한양까지 배달돼 과연 효과가 있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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