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 안전불감증…무료개장 첫날 40여명 부상

롯데월드의 무료개장 행사를 시작한 첫날인 26일 롯데월드 주변에는 동이 트기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 40여 명이 다치고 서울 지하철 2, 8호선 잠실역 일대는 큰 혼잡이 빚어졌다.

롯데월드 측은 안전사고를 우려해 평소보다 1시간 이른 오전 8시 반부터 관람객의 입장시켰지만 이미 수십 명이 다친 뒤였다.

롯데월드측은 경찰의 경고를 무시하고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안전 불감증'에 걸렸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최대 수용 인원의 2배에 이른 인파=이날 오전 4시경부터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월드 정문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롯데월드의 남문과 민속박물관 측 입구에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오전 7시경 인파는 5만 여명으로 늘었고 한 시간 뒤인 오전 8시경에는 7만 여명으로 크게 불어났다. 롯데월드의 최대 수용인원 3만5000여 명의 2배이며 평소 휴일 입장객 1만5000여 명의 4배 이상이었다.

오전 7시 20분 경 첫 사고가 터졌다. 롯데월드 측 안전요원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확성기를 통해 관람객들에게 서 있지 말고 앉을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뒤편에 있던 사람들은 이 말을 입장하라는 말로 오해해 정문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앞에 있던 관람객들이 한꺼번에 앞쪽으로 밀리면서 정문 유리창이 깨지고 이 과정에서 심모(17) 군 등 10여 명이 다쳤다.

이때 밀려 넘어진 황모(16) 군은 "안전요원의 말이 끝나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속수무책으로 넘어졌다"고 말했다.

또 오전 8시경 정문 앞에 있던 일부 관람객들이 셔터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뒤엉켜 넘어지면서 10여 명이 다쳤다. 이 때 3000명 이상이 롯데월드에 입장했다.

롯데월드 측은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관람객을 입장시켜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정식 개장시간 보다 1시간이 이른 오전 8시 반경 문을 열었다. 하지만 오전 9시 40분경 입장객이 최대 수용 인원인 3만 5000명이 넘어서자 롯데월드 측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롯데월드 측은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귀가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일부 사람들은 무료 이용권을 지급해달라며 오후 2, 3시경까지 항의하기도 했다.

▽안전대책은 없었다=롯데월드 측은 관람객 수가 최대 3만 명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현장에 안전요원 57명만을 배치했다.

롯데월드측은 안전 담당 직원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 200여 명이 출근해 질서유지에 나섰다고 밝혔으나 대다수 관람객은 "사고 현장에서 안전요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온 이모(14) 양은 "사람들이 뒤엉키고 넘어지면서 난리가 났는데도 롯데월드 직원들은 보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경찰서가 롯데월드 측에 수차례에 걸쳐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을 경고했지만 롯데월드 측은 별 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송파경찰서 관계자는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면 안전사고가 우려되므로 철저히 대비할 것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 400여 명과 119 구조대원들이 출동한 이후에야 사태는 진정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안전사고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음을 인정한다"면서 "평소에는 부모가 어린이와 함께 입장하기 때문에 통제가 쉬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온 청소년들이 많아 통제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이날 무료개장으로 극심한 혼잡과 안전사고가 빚어짐에 따라 폐장 시각을 평소 오후 11시보다 5시간 이른 오후 6시로 앞당겼다.

■롯데월드 사고 시간대별 상황

오전 4시…입구 4곳에 사람들이 줄서기 시작.

오전 6시 반…5만 여명이 몰림

오전 7시5분…서울 송파경찰서 잠실지구대 소속 경찰관 15명이 112신고 받고 현장 도착

오전 7시20분…정문 앞에서 줄을 서있던 3만여 명이 한꺼번에 밀리면서 10여 명이 넘어져 다침

오전 7시 반…송파경찰서 소속 전의경 4개 중대 450여 명, 서울 송파소방서 소속 구조대 35명 현장 도착

오전 8시…일부 입장객(3000~4000명 가량)이 무단으로 정문 셔터를 올리고 입장. 롯데월드는 정문 통제 시작

오전 8시 30분…공식 입장 시간인 오전 9시 30분보다 1시간 빨리 입장시킴

오전 10시 30분…수용 한계 인원 3만 5000명이 들어서자 입장을 차단

오전 12시경…롯데월드, 무료 입장 행사 중단 발표

이종석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