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理知논술]고교 교과 논술 - 논술의 원리 ‘견주기’

  • 입력 2006년 2월 2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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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은 ‘뭘 쓰지?’에 대한 답, 즉 써야 할 내용이 머리에 있어야 하며, ‘어떻게 쓰지?’에 대한 답, 즉 머리에 든 지식을 어떻게 표현해내야 할지를 알아야 한다. 사고가 써야 할 내용이라면 논술은 이를 글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이 지면에서 제공하는 ‘견주기-풀이하기-보이기-아우르기-밝히기-따지기’의 6가지 사고원리를 하나씩 익혀 나가다 보면 어떤 논제도 해결할 수 있는 논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다.》

◇ 논술의 원리 - 견주기

견주면 분명히 드러난다

아래 사진은 한국 축구 대표팀이 각각 다른 두 경기를 치른 뒤의 모습이다. 환호성을 지르는 왼쪽 사진 선수들의 밝은 얼굴을 보라.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오른쪽 사진 선수들의 표정을 보라.

왼쪽 선수 가운데 일부는 두 팔을 하늘로 치켜들고 있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달려가는 선수도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자신감과 기쁨이 가득 차 있다. 말 그대로 땅을 박차고 하늘로 올라갈 기세이다.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충만한 이들은 방금 전 끝난 경기에서 승리한 팀이다.

반면 오른쪽의 고개 숙인 선수들을 보라. 그들은 모두 무거운 표정으로 어딘가를 향해 무거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의 왼쪽과 오른쪽을 분명하게 나누는 구도, 극단적 움직임과 고요함의 대비를 통해 이 두 장의 사진은 우리에게 백 마디 말보다도 더 분명하게 승패의 순간을 전달한다. 승리한 사람들의 기쁨과 패배한 사람들의 슬픔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이러한 수법이 바로 ‘견주기’이다. 마치 위 사진이 그러하듯이 우리는 사물을 분명하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견주기를 활용한다. 서로 다른 두 대상을 견줄 때 우리는 두 대상의 특성을 보다 분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견주면 판단할 수 있다

내게 익숙하지 않은 대상을 이해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무엇일까? 내가 잘 알고 있는 무엇에 낯선 대상을 견주어 보는 것이다. 그림을 보라. ‘인생’이란 얼마나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인가? 그러나 유년 시절 친구들과 함께 금 그리며 놀던 뜀뛰기에 인생을 비유하면, 인생은 ‘금 밟으면 죽고, 건너뛰면 안 되는 무엇’으로 내게 다가온다. 이처럼 견주기는 이미 생활의 곳곳에서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견주기의 방법을 이제 논술에 적용해 보자.

[견주기 활용글]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인식하고 설명하는 관점은 개인을 우선적 존재로 인식하는가, 아니면 사회를 우선적 존재로 인식하는가에 따라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로 구분된다.

개인주의는 사회보다 앞서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개인적인 현상의 관점에서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입장은 사회 또는 정치 공동체가 개별 인간들에게 바람직한지 혹은 개인의 권리를 잘 보호하고 있는지와 같은 것을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있다.

집단주의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며, 인간의 이익과 능력이 그들의 사회성과 분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사회 질서는 사회에 앞서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개인의 존재와 이익을 근거로 하여 설명되거나 평가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집단주의에서는 인간의 행위를 사회적·문화적·역사적 맥락과 연계하여 이해하고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회사상을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두 가지로 구분할 때,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적 사회사상으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는 집단주의적 사회사상으로 분류한다.―고교 교과서 ‘윤리와 사상’ 51쪽

[해설]

위 글은 개인주의와 집단주의를 견주어 설명하고 있다. 개인주의는 사회보다 개인이 우선한다고 한다. 이에 견주어 집단주의는 개인보다 집단이 우선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집단주의를 알기 위해서는 개인주의의 특성을 살펴보아야 하고, 개인주의를 좀더 분명히 알기 위해서는 집단주의의 특성을 살펴보면 된다. 이렇게 개인주의와 집단주의의 특성을 견주어 보면 어떤 것이 더 바람직한 것인가도 판단할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이 지면의 콘텐츠는 대한교과서㈜ 파사쥬논술에서 제공합니다. www.passnonsul.co.kr

◇다음 논제 - 써서 보내요

제시문 (가)와 (나)는 유비쿼터스에 대한 글이고, (다)는 현대인의 일상을 그린 문학작품이다. 오늘날 삶의 모습에 견주어 볼 때 유비쿼터스 시대가 가지는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제시하고 이에 대비한 우리의 자세에 대해 논하시오.

◇제시문

(가)유비쿼터스(Ubiquitous)는 사용자가 네트워크나 컴퓨터를 의식하지 않고 장소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정보통신 환경을 말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유비쿼터스는 ‘어디에나 존재하는’이란 뜻이며, 물이나 공기처럼 도처에 있는 자연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유·무선을 가리지 않는 개념으로, 사용자가 컴퓨터나 네트워크를 의식하지 않는 상태에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이 가능하다.

유비쿼터스는 단독으로 쓰이지는 않고 유비쿼터스 통신,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등과 같은 형태로 쓰인다. 곧 컴퓨터에 어떠한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냉장고·안경·시계·스테레오 장비 등과 같이 어떤 기기나 사물에 컴퓨터를 집어 넣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해 주는 정보기술(IT) 환경 또는 정보기술 패러다임을 뜻한다. 유비쿼터스화가 이루어지면 가정과 자동차는 물론, 심지어 산꼭대기에서도 정보기술을 활용할 수 있고, 네트워크에 연결되는 컴퓨터 사용자의 수도 늘어나 정보기술 산업의 규모와 범위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나)유비쿼터스 시대를 사는 구보 씨의 하루

오전 6시: 구보 씨는 아침에 눈을 떴다. 머리맡의 콘트롤러를 손으로 더듬어 찾는다. 콘트롤러에는 구보 씨의 건강 상태와 컨디션이 체크된다. 잠시 후, “당신은 오늘 최상의 컨디션입니다”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오전 9시: 회사에 도착하자 구보 씨는 사무실 문 앞에서 “안녕!”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 시스템은 나의 음성을 인식하여 출입 인증을 해 주고 문이 열린다.

오전 11시: 오늘 모처럼 친구와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자동차 속에서 구보 씨는 전화로 친구와 통화를 하여 오늘 볼 영화를 결정한다.

오후 3시: 출장이다. 도로에는 수많은 차가 다니지만 최적의 교통 상태를 유지한다. 중앙의 지능형 교통 시스템이 자동차의 흐름을 감지하고 그것을 각 자동차의 시스템에 보내어 혼잡하지 않은 길로 갈 수 있다.

오후 5시: 사무실에서 나올 때는 불을 끌 걱정이 없다. 내가 일정 시간 이상 비우게 되면 의자는 알아서 다시 접히고 컴퓨터와 전등은 꺼진다.

오후 9시: 영화를 보고 난 후 식당에서 친구와 늦은 저녁을 먹는다. 평소에 체중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하는 구보 씨는 휴대폰에 뜬 오늘의 권장 메뉴를 훑어보고 난 후, 종업원에게 주문한다.

오후 11시: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고 집에 들어 온 구보 씨는 오늘따라 옛 노래를 듣고 싶다. 벽면에 설치되어 있는 오디오에서 옛 노래를 선곡하자 은은하게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을 닦고 세수를 하고 식탁에 앉았다

(아니다, 사실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 식탁에 앉았더니

아내가 먼저 이 닦고 세수하고 와서 앉으라고 해서

나는 이빨 닦고 세수하고 와서 식탁에 앉았다)

다시 뎁혀서 뜨거워진 국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아침부터 길게 하품을 하였다

소리를 내지 않고 하악을 이빠이 벌려서

눈이 흉하게 감기는 동물원 짐승처럼

하루가 또 이렇게 나에게 왔다

지겨운 식사, 그렇지만 밥을 먹으니까 밥이 먹고 싶어졌다

그 짐승도 그랬을 것이다; 내에 대한 상기, 그것에 의해

요즘 나는 살아 있다

비참할 정도로 나는 편하다. 나는 아침에 일어나 이빨 닦고

세수하고, 식탁에 앉아서 아침밥 먹고,

물로 입 안을 헹구고, (이 사이에 낀 찌꺼기들을 양치질하듯

볼을 움직여 물로 헹구는 요란한 소리를 아내는 싫어했다.

내가 자꾸 비천해져간다고 주의를 주었다) 소파에 앉았다

―황지우, 살찐 소파에 대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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