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출제 가이드라인 위반 10개 대학 적발

  • 입력 2006년 2월 2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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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학년도 2학기 수시모집에서 본고사형 논술고사를 실시한 24개 대학 중 6개 대학과 인·적성시험을 실시한 4개 대학이 교육인적자원부의 논술출제 가이드라인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10개 대학 위반 결정=교육부는 논술심사위원회가 2006학년도 2학기 수시 대학별 고사를 대상으로 논술 가이드라인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고려대 서강대 울산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국어대 등 6개 대학이 위반했다고 21일 밝혔다.

또 인하대 한성대 한양대 홍익대도 인·적성검사를 실시하면서 자격기준 검사가 아니라 사실상 학력검사 성격의 시험을 실시해 점수에 반영하는 등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는 당초 위반 대학에 대해 경중에 따라 개선요구, 개선요구 및 제재 등 2단계 조치를 취하기로 했으나 이번에 10개대에는 제재하지 않고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8월말 논술 출제기준이 발표됐지만 상당수 대학들이 논술 유형을 이미 수험생에게 공지한 상태여서 대학들이 새로운 문제 개발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했다"며 "그러나 2007학년도 1학기 수시부터 위반 대학은 제재를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위반 내용=교육부는 논술고사의 개념을 '제시된 주제에 관해 필자의 의견이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서술하도록 하는 시험'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위반 대학은 제한된 범위 안에서 정답을 구하는 형태로 논술고사라기보다는 특정 교과의 지식을 평가하는 문제들을 출제했다는 것.

고려대 서강대 등은 자연계열 논술에서 풀이과정을 요구하는 수리논술 문제를 출제했다. 논술이 아니라 수학 과학 지식 측정이란 것이다.

인·적성검사 실시 대학도 영어나 한문 등 외국어능력을 측정하는 문제, 수학과 관련된 풀이문제, 맞춤법, 사자성어 등 단순 지식을 측정하는 선다형 문제를 낸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논술고사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자 대학들이 편법으로 인·적성 검사를 수험생의 지식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실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획일적 심의 논란=한국외국어대는 '경시대회 및 FLEX(한국외대 자체 외국어시험)전형'에서 '내가 경험한 가장 큰 시련은 무엇이며 배운 점을 기술하라'는 질문을 준 뒤 영어 등 지원학과의 외국어로 작성하라고 요구했다.

교육부는 '외국어 제시문의 번역 또는 해석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금지하고 있으나 이번에는 외국어로 논술하는 것도 위반 대상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외국어 특기자를 선발하면서 외국어 논술을 금지하는 것은 해당 전형의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심의라는 비판도 있다.

또 심사과정이나 대학별 위반 사항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해당 대학의 소명기회가 없었던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대학 관계자들은 "교육부 결정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정부가 모든 대학을 똑같은 잣대로 재단하고 입학전형에 관여하는 것은 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철 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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