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우익 서울대 교수 “국토개발정책, 나눠먹기식 포퓰리즘”

  • 입력 2006년 1월 20일 03시 03분


“평등이라는 미명(美名) 아래 국토를 ‘나눠먹기식 포퓰리즘’의 제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유우익(사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가 19일 국가경영전략포럼(NSI)이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연 ‘국토발전 패러다임을 점검한다’ 심포지엄에서 현 정부의 국토개발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 교수는 ‘집중과 분산, 올바른 이분법인가’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의 국토정책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정권적 이해관계, 즉 정략으로부터의 독립”이라며 “국토라는 공공재를 두고 나눠먹기를 해서는 안 되며 국정을 책임진 권력이 주도해선 더욱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집중과 분산은 상대적인 개념인 만큼 집중은 나쁘고 분산은 좋다는 식의 이분법으로 단순화해선 안 된다”면서 “분산을 강조하는 정책은 196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세계 학계를 풍미했지만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 이후 퇴조했다”고 소개했다.

유 교수는 “파리, 런던 등 분산정책을 택했던 세계 주요도시들이 지금은 모두 집중으로 선회했으며 이는 세계화 시대에 다른 나라 도시와 경쟁하기 위한 것”이라며 “분산을 위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서울의 ‘세계 도시’ 기능을 손상시킬 것이며 국가경쟁력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성배 숭실대 행정학부 교수는 ‘지방주도형 국토발전의 길-분권화의 도전’이라는 주제 발표를 통해 “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정책은 중앙정부가 주도하고 지방자치단체는 수동적으로 집행하고 있을 뿐”이라며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달곤 서울대 행정대학원장도 “지시와 명령으로 공공부문을 지방에 이전시키는 등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국토발전 패러다임은 1960, 70년대에나 통했을 방식”이라며 “혁신도시 등 일본에서 실패한 모델을 답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황희연 충북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집중이냐 분산이냐는 사회적 선택의 문제일 뿐”이라며 “선진국들이 현재 분산정책을 쓰지 않는 것은 과거의 분산정책으로 집중현상이 완화됐기 때문인 만큼 한국에 선진국 상황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반박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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