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진압 전의경 명찰부착 논란

  • 입력 2006년 1월 17일 03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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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 기자실에선 경찰 간부들끼리 논란을 벌이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은 시위 진압 전경과 의경의 진압복에 명찰을 다는 방안에 대해 “새 경찰청장이 오셔서 결심해야 할 일”이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집회시위 안전관리 대책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경찰혁신기획단 송강호(宋岡鎬·경무관) 단장은 “전·의경의 명찰 패용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확정된 견해가 아니다”고 말했지만 송 단장은 “내부적으로 확고하다”고 재차 말했다. 이들의 논란은 한 간부가 송 단장을 말리면서 끝났다.

시위 진압 전·의경의 진압복에 명찰을 다는 방안에 대해 경찰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다. 전·의경과 부모들은 대체로 반대 견해가 많고 민주노총 등 노동단체나 시민단체들은 찬성하고 있다.

▽전·의경 반대 많아=16일 본보가 서울 지역의 한 전·의경 중대원의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 59명 가운데 명찰 패용 찬성은 25명, 반대는 34명이었다.

A 수경은 “명찰은 지나치게 흥분한 대원에 대한 통제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 “하지만 불법 시위자에 대한 처벌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B 수경은 “시위가 평화적으로만 진행되면 주민등록증이라도 붙일 수 있다”면서 “이름이 알려진 전·의경은 시위대에 매도될 게 뻔하다”고 말했다.

▽“시위대도 이름 붙여라”=인터넷 카페 ‘전·의경 우리 고운 아들들’의 운영자인 김진미(48·여) 씨는 “시위대는 마스크와 모자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데 진압 전·의경이 명찰을 달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반대했다.

‘바른 사회를 위한 시민회의’는 이날 성명을 내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점점 악화되는 상황에서 경찰청의 대책이 국민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모르겠다”며 “우발적 폭력보다 시위대의 의도된 폭력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했다.

▽‘화염병과 최루탄’론(論) 재연=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 사무국장은 “경찰의 집회시위 관리도 행정활동인데 공개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명찰 패용에 찬성했다.

경찰 TF에 따르면 시위 진압 경찰이 명찰을 다는 국가는 필리핀 정도다. 필리핀에서는 이름이 아닌 번호를 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에선 폭력 시위가 사라지기 전에 경찰이 최루탄 사용을 중단해 평화 시위를 유도한 적이 있기 때문에 명찰 패용이 평화 시위 정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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