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교부-국세청-한국철도시설공단… 낯 뜨거운 금품 향응

  • 입력 2006년 1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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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교통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의 건설공사 점검 업무, 국세청의 개인 세무조사와 계약관리 업무 담당자들이 2004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정부 부처와 공기업 가운데 민원인에게서 가장 자주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민원인이 공무원에게 제공한 금품 및 향응은 2004년에 비해 전체 제공률은 낮아졌지만 제공자 1인은 더 자주, 더 큰 액수를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국가청렴위원회가 청와대와 국회, 국무조정실 등 반부패 관련 기관에 제출한 자료에서 드러났다. 앞서 청렴위는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8월 25일∼10월 27일 중앙 부처와 공기업, 지방자치단체 등 325개 기관을 찾은 민원인 8만3900여 명과 공무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를 했다.

청렴위는 지난해 12월 초 전반적인 청렴도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금품 및 향응 수수 부분은 공개하지 않았다.

▽건설공사 점검과 세무조사가 부패 온상=2004년 건교부와 철도시설공단의 건설공사 점검 업무, 국세청의 개인 세무조사와 계약관리 업무 담당자의 금품 및 향응 수수율은 평균(1.5%)의 2배인 3.0%를 넘어섰다. 이어 지난해에도 이들 업무 담당자의 금품 및 향응 수수율은 평균(0.9%)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대해 국세청은 “대민 접촉 업무를 많이 하다 보니 일부 업무에서 다른 정부 기관의 업무보다 금품 및 향응 수수율이 높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건교부 감찰팀도 “건설공사 점검 업무는 공장에서 생산하는 제조품 점검 업무와 달리 현장과 점검인의 특성에 따라 문제의 소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다른 부처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해명했다.

한편 중앙 부처의 검사 및 점검 업무(1.4%), 시도의 건설업 관련 사업자 관리 업무(2.5%), 시도교육청의 학교 운동부 지원 및 운영 업무(1.3%), 기초자치단체의 주택건축 인허가 업무(1.6%) 등도 평균 금품 및 향응 수수율을 웃돌았다.

▽더 자주, 더 대담하게=지난해 평균 금품 및 향응 수수율(0.9%)은 2004년(1.5%)보다 줄었다. 하지만 제공자 1인의 평균 제공 빈도는 2.65회에서 3.23회로, 평균 제공 규모는 61만 원에서 92만 원으로 늘었다.

특히 8회 이상 상습적으로 금품 및 향응을 제공한 민원인은 지난해 6.2%에서 8.5%로 늘었고 201만 원 이상 고액 제공자도 12.6%에서 13.3%로 늘었다.

청렴위 관계자는 “민원인이 공공기관에 제공하는 금품 및 향응이 더 은밀하고 대담해지고 있다”며 “일부 정부 기관은 금품 및 향응을 제공받는 게 관행화되고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복 응답으로 받은 금품 및 향응 제공의 이유는 ‘신속한 업무 처리를 위해서’가 46.2%로 가장 많았다. 금품 및 향응 제공 시기는 ‘업무 처리 중’(39.6%)이란 응답이 가장 많았고 담당공무원이 먼저 요구해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다는 응답도 15.4%나 됐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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