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 브로커’ 윤상림씨 정관계로비 정황 포착

  • 입력 2005년 11월 2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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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와 군, 경찰의 고위 인사들이 거물 브로커와 부적절하게 얽힌 대형 법조 비리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金敬洙)는 25일 법조 브로커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구속) 씨가 카지노업체인 강원랜드에서 배서한 수표 83억 원 가운데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사용된 정황을 포착하고 자세한 용처를 확인 중이다.

검찰은 이 돈 외에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사용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현금 70억여 원 가운데 일부를 정관계 고위 인사에게 로비자금 명목으로 전달했는지도 파악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검찰은 검사 2명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검사 3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구성했다.

▽거물 법조 브로커가 공권력을 농락하다=검찰은 윤 씨의 수첩에 적힌 고위 인사의 비리 연루 의혹을 밝히기 위해 윤 씨와 이들 간의 통화 내역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에는 정치인, 검찰 간부, 판사, 검찰 법원 간부 출신의 거물 변호사, 군 장성, 경찰 고위 간부 등 이른바 ‘힘 있는’ 기관의 고위 인사가 연루돼 있어 수사 결과에 따라 1998년 의정부지원 법조 비리와 1999년 대전 법조 비리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스캔들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윤 씨가 벌인 범죄의 특징은 약점이 잡힌 기업이나 개인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과정에서 공권력을 마음대로 동원했다는 점. 윤 씨는 기업 등의 비리를 수사기관에 제보해 실제 수사가 진행되도록 했다.

그는 정관계의 고위 인사와 친분을 쌓으면서 특정 사건이 있을 때 청탁과 함께 돈을 전달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윤 씨가 기업 비리를 제보할 만큼 정보력이 뛰어난 것도 평소 정관계 인사들과 맺은 탄탄한 인맥 덕분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는 단순히 사기꾼 브로커가 아니라 사욕을 채우기 위해 공권력까지 동원한 거물 브로커로 보인다”고 말했다.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윤 씨는 20일 검거된 뒤 “나를 건드릴 사람은 없다. 내가 불면 다친다”고 주임검사를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씨는 법조계와 정관계에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윤상림 사장’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의 마당발로 알려졌다. 검찰에 압수된 윤 씨의 수첩에는 법조계 정관계 고위인사 수백 명의 연락처가 적혀 있어 그가 광범위하게 움직였음을 보여 준다.

윤 씨는 밑바닥 인생에서 출발해 산전수전 다 겪으며 거물 법조 브로커로 성장한 것으로 보인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20일 김포공항에서 검거된 윤 씨는 검거 직후 실신한 척 쓰러지거나 차 문을 열고 도망치는 등 보통 사람과는 다른 행동을 보였다.

그가 거물 법조 브로커로 성장한 것은 1993, 94년 전남 구례군의 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의 소유주였던 한 여성과 절친하게 사귀면서부터.

호텔 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윤 씨는 전남 지역의 정치인과 법조계 인사를 호텔에 초대해 접대하면서 친분을 다졌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전남 지역을 벗어나 활동 반경을 서울로 넓힌 뒤 각종 사건에 개입하면서 ‘전국구 브로커’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한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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