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편향된 이념교육 파문 확산

  • 입력 2005년 11월 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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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부산지부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바로알기 수업안 동영상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려 물의를 빚은 것을 계기로 전교조의 비교육적인 수업자료가 도마에 올랐다.

미성숙한 학생에게 정치성이 강하거나 특정 성향의 이념을 심어 줄 우려가 있는 교육은 위험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전교조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전교조가 그동안 홈페이지에 공개한 수업자료 중에 어떤 것이 문제인지 점검해 본다.》

‘그런 법(국가보안법) 따위 헌 신짝으로 던져 버리자/너는 고무하라 나는 찬양하리니/너는 잠입하라 나는 탈출하리니/오, 우리들의 평화로운 이적행위여(하략).’

전교조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중등용 국가보안법 수업지도안’에 첨부된 시의 일부 내용이다. 이 시는 수업지도안 중 ‘국보법 관련 시 소개하기’ 코너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낭송하도록 돼 있는 자료다.

전교조의 수업 지침 및 참고자료는 이처럼 민감한 사회적 쟁점들을 일방적인 시각으로 해석해 소개하고 또 이를 뒷받침하는 과격한 표현과 그림을 담고 있다.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2일 이런 상황을 분석해 공개하며 “전교조의 편향된 의식화 교육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을 이렇게 가르쳐라”=전교조의 ‘중등용 국보법 수업지도안’은 학생들이 모둠별로 국보법 토론, 1분짜리 상황극 만들기, ‘국가보안법 5행시’ 짓기, 국보법 노래 배우기 등의 과정을 통해 국보법의 ‘문제점’을 부각시켜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상황극의 경우 ‘나도 감옥 갈 뻔했네’라는 주제로 국보법 위반에 해당하는 상황을 연출하는 것. 지도안은 교사가 지도할 활동 방향으로 ‘나는 그래도 (국보법을) 어길 수밖에 없을 거야’라는 결론이 나오도록 하라는 지침을 담고 있다.

‘노래 배우기’ 활동에서 부를 노래로 소개된 것 중 하나인 ‘몽상’의 가사는 ‘국보법과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이근안(고문 경찰)을 빌려 준다면 한 달 안에 한나라당과 좃선일보(조선일보 지칭) 간첩단 사건을 만들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기고문과 물고문, 통닭구이, 비녀꽂이 등도 거론된다.

학생들에게 낼 퀴즈 중에는 ‘1960, 70년대 농민들이 술을 마시고 말 한마디 잘못해 국보법 위반으로 끌려간 뒤 그 술의 이름을 따서 ○○○(막걸리) 보안법이라고 부른다. 그 술의 이름은?’이라는 내용의 문제까지 제시됐다.

국가인권위원회와 유엔 인권위원회 등 여러 기관 중 국보법에 대한 입장이 다른 하나를 고르라는 객관식 문항의 답은 ‘한나라당’이다.

▽자극적인 그림 자료=전교조가 제주도4·3사건과 관련해 ‘칠판 부착자료’로 올려놓은 그림 자료에는 벌거벗은 남자의 등을 인두로 ‘치이익∼’ 지지는 장면, 교수형에 처하는 장면 등이 표현돼 있다.

또 그림 밑에는 ‘미군정은 인민위원회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다’ ‘제주도4·3사건 이후 남한 단독 선거가 한반도 분단의 원인이 됐다’는 등의 설명을 달도록 지침이 첨부돼 있다.

홈페이지 자료실에 올려진 국보법 수업지도안은 이날까지 조회 수가 150여 건, 제주도4·3사건 관련 자료는 20건 미만 수준이다. 하지만 교사들이 실제로 이들 자료를 다운받아 수업에 활용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에 문제가 된 APEC 정상회의 바로알기 동영상 자료에는 부시 대통령의 캐릭터가 ‘퍼킹(fucking)’ 등의 비속어를 남발하며 “(오사마 빈 라덴에게) 이거 테러하는 새끼들 다 때려잡아야 돼” “(미국 뉴올리언스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지역에서) 사람 많이 죽은 거 이거 테러 아니야” “(한국의 촛불시위에 대해) 이 촛불 든 새끼들 다 테러리스트 아니야. 까라면 까야지”라고 말하는 것으로 묘사돼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념 지향적 내용도 문제지만 욕설로 가득 찬 내용을 교육 자료라고 제공한다면 스스로 교육자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교사의 수업권을 아무거나 가르쳐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검증된 내용을 배워야 할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반복되는 ‘계기수업’ 파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1999년 합법화 이후 교육 이외의 주제에 대해 정치적인 편향성을 드러내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전교조는 그동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계기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진보적인 정치의식을 심어주려 노력해 왔다.

계기수업이란 교육과정과 상관없이 사회적 정치적으로 중대한 의미가 있는 주제나 사건이 있을 때 필요에 따라 별도로 실시하는 수업. 계기수업을 하려면 학교교육과정위원회나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방향을 설정하고 학교장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

교사도 개인적으로 정치적 의견을 가질 수 있고 학생들도 정치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전교조가 분석력과 판단력이 미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이념이나 주장,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주입한다는 데 있다.

현행 교육기본법은 ‘교육이 어떠한 정치적 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의 전파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교원이 특정 정당이나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하거나 선동하는 것도 법으로 금지된다.

1989년 참교육을 표방하며 창립된 전교조는 그동안 ‘이라크 파병 반대’나 ‘시장 개방 반대’ 등 정치색이 짙거나 찬반논란이 큰 주제에 관심을 보이면서 당초 취지가 퇴색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002년에는 민주노총의 총파업에 조퇴투쟁으로 동참하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막판에 취소한 적도 있다.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둔 계기수업과 관련해서는 전교조 교사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교조 소속으로 부산의 한 중학교 S교사는 “일부 편향된 핵심 간부들 때문에 전교조 전체가 매도되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이번 계기수업도 APEC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객관적으로 살피는 선에서 그쳐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도 터져나오고 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두고 있는 장희정(張希汀·41·여) 씨는 “전교조 교사들이 정치색을 드러내고 싶다면 학교가 아닌 정치판에 뛰어들면 될 일”이라며 “교사들이 교육문제에만 집중해도 (시간이) 모자랄 판에 정치적인 문제에 나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자(李庚子·49·여) 인간교육실현학부모연대 사무국장은 “전교조가 반미 감정 등의 편향된 정치이념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려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아이들이 전교조 교사들의 이념에 영향을 받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교조의 불법 행위에 지나치게 관대한 정부의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전교조가 계기수업이나 연가투쟁 등 정치적 색채를 띤 집단행동을 보일 때마다 엄포만 놓았을 뿐 법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현재 전국의 교원은 약 41만 명으로 이 가운데 약 9만5000명(전교조 주장)이 전교조 소속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 한만중(韓萬中) 대변인은 “제주도4·3사건에서 학살이나 고문 등은 실제 이뤄진 역사적 사실이며, 그런 자료를 교사들이 실제 수업에 많이 활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전체 사안을 보지 않고 특정 그림이나 내용만을 문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홍성철 기자 sungchul@donga.com

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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