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에 승복안하면 혼란만 키운다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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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폐기물처분장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동사무소 직원들이 경주교육청에 마련된 투표소에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경주=전영한 기자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일 경북 경주시 동천동 동사무소 직원들이 경주교육청에 마련된 투표소에 기표소를 설치하고 있다. 경주=전영한 기자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방폐장) 주민투표, 혁신도시 선정, 행정중심복합도시특별법 위헌소송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앞두고 지역 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폐장 주민투표의 경우 경쟁 지역을 비난하는 현수막까지 나오면서 감정싸움을 하는 수준이다. 9월 말로 예정했던 혁신도시 선정은 지방자치단체 간 마찰을 우려해 계속 미뤄질 정도이다. 정부와 시민단체에서는 “과거와 같이 밀실에서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않는 만큼 그 결과에 승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

방폐장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일 경북의 경주시, 포항시, 영덕군, 전북 군산시 등 4개 지역에서는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리는 등 막판 세몰이가 계속됐다. 이들 시군은 벌써부터 경쟁 지역이 선정될 경우 투표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정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막판 과열 경쟁=4개 시군은 방폐장 찬성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고 주민 단결을 호소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현수막 공방’은 심각한 수준이다. 군산은 경북지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현수막을 곳곳에 걸어 주민의 찬성을 유도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경주와 영덕, 포항은 군산의 현수막을 역이용하면서 결속을 호소하고 있다.

이의근 경북도지사는 1일 “전북도와 군산시의 악의적인 지역감정 조장에 대해 엄중 경고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지난달 말 군산시에 지역감정 유발 분위기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지역감정은 경북 쪽에서 먼저 시작했다는 반응만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경북도당 소속 의원들은 서울에서 모임을 갖고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이 인기투표처럼 진행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투표 무효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핵폐기장반대운동본부와 환경운동연합 등 시민단체는 “부패와 강압이 넘치는 방폐장 주민투표를 중단하지 않으면 정부의 정책 결정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해당 지역의 방폐장 반대 단체도 불법 또는 탈법 사례를 곳곳에서 홍보하면서 투표 반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표 결과에 승복해야”=중앙선관위는 이번 투표가 주민투표법에 따라 진행돼 운동방법에 대한 제한이 없으므로 과열된 것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규제가 많은 공직선거법을 적용하는 대선이나 총선과는 달리 봐야 한다는 설명.

중앙선관위는 1일 현재까지 4개 시군에서 본인 모르게 타인이 신고한 부재자 신고서 375장을 확인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지역별로 보면 군산 179장, 경주 164장, 포항 28장, 영덕 4장이다.

중앙선관위는 공무원과 통반장을 동원해 유치 운동을 벌인 혐의로 포항시장을 제외한 3개 시군의 단체장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정부는 19년 동안 추진한 방폐장 사업 등 국책사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려면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자원부 조석(趙石) 원전사업기획단장은 “지역 간 경쟁이 워낙 치열했기 때문에 아깝게 탈락한 곳이 불복할 가능성이 있다”며 “4개 시군의 단체장이 미리 만나 결과에 승복하기로 서명한 만큼 약속을 지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성진 기자 choi@donga.com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헌재 재판관 직접접촉… 설득 시도도▼

서울시의회는 시민단체인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과 함께 1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수도분할 반대 범국민 궐기대회’를 열었다.

서울시의원과 구의원, 시민 등 6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은 “행정복합도시 건설은 이름만 바꾼 수도 이전”이라며 “서울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막대한 이전 비용 부담으로 국가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행정도시 이전에 반대하는 충남 연기군 남면 주민 500여 명이 버스 15대에 나눠 타고 참석했다.

지난달 20일에는 수도분할반대범국민운동본부가 서울 청계광장에서 수도분할반대를 촉구하며 시민걷기대회를 가졌다.

충청권 대응도 만만치 않다. 신행정수도 범충청권협의회는 지난달 20일 대전 충남 충북 시민단체 회원과 주민 등 1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묘공원에서 ‘행정도시 지속추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18일에는 행정수도추진 연기군대책위원회가 연기군 조치원역 앞에서 행정도시 건설 촉구대회를 가졌다.

이 단체 황순덕 대표가 헌재의 합헌 판결을 촉구하며 21일부터 단식 농성을 벌이다 탈진해 28일 입원하자 성기운 연기군의회 부의장이 뒤를 이어 단식에 돌입했다.

충청권 일부 인사는 위헌 결정을 막는 데 헌법재판관 9명 가운데 최소 4명이 필요하다며 지역 출신 재판관을 직접 접촉해 설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남도 관계자는 “모 단체장이 이 지역 출신 재판관을 찾아가 합헌 결정을 당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후보지 선정 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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