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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10월 17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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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권순일·權純一)는 인도네시아 제지수출업체 3개사가 자신들이 수출하는 복사용지에 대해 한국 무역위원회가 덤핑 판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덤핑 판정이 이유 있다”고 판결했다.
이번 사건은 외국 수출기업이 무역위원회의 덤핑 판정에 대해 국내 법원에 제소한 첫 사례이고 국내 법원이 한국 정부의 구제조치에 사법적 해석을 내린 첫 시도였다.
재판부는 심리 과정에서 국내 관세법은 물론 세계무역기구(WTO)의 ‘19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세부조항을 꼼꼼히 살펴봤다. 나라 밖의 유사한 사례도 찾아 신중히 검토했다. 행정법원의 판결 전 WTO는 무역위원회의 덤핑 판정이 적법하다는 최종 결론을 내렸다.
법원 안팎에서는 “수입자유화 조치로 해외 수출기업과 국내 기업 간 무역 분쟁 사례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행정법원이 앞으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기능을 일부 담당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아직 한국 무역위원회의 구제조치는 대외적으로 법적인 구속력이 없다. 무역위원회는 산업자원부 소속 행정위원회로 불공정한 무역행위나 산업피해 등을 조사 판정하고 덤핑과세, 수입제한 조치 등 구제조치를 관계기관에 건의하는 데 그친다.
반면 미국 ITC는 준사법적 독립기구로 관세·통상 등에서 독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ITC는 인력의 절반에 가까운 200여 명이 변호사인데 반해 무역위원회는 법률인력이 변호사 3명에 불과하다.
무역위원회 관계자는 “최근 무역분쟁이 당사자 간 협상보다는 법정에서 해결되는 사례가 많다”며 “무역위원회가 ‘무역검찰’로서의 역할에 그치고 있어 구제조치에 대한 대외신뢰도를 얻기 위해서는 사법적 해석을 더해줄 제3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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