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피플&피플즈/시도대항대회 우승 송현초등 女핸드볼팀

  • 입력 2005년 9월 3일 0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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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 시작한지 30분밖에 안됐는데 벌써 지친거야? 자, 20분만 더 슛을 던지고 휴식한다.”

1일 오후 3시 인천 동구 송현초등학교 남부학생체육관.

2001년 창단한 이 학교 여자핸드볼팀 선수들이 성남호(30) 코치가 부는 호각소리에 맞춰 골네트를 향해 힘차게 공을 던졌다.

쉴 새 없이 반복되는 슛 연습 때문에 모든 선수의 유니폼은 금방 땀으로 젖었다. 나이가 어린 4학년 선수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습을 잠시 중단하자 곧바로 성 코치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그런 정신 상태로 도대체 뭘 하겠다는 거야? 너희들은 슛 50개씩 더 던져.”

창단한 지 4년을 갓 넘긴 신생팀이지만 이 학교 핸드볼팀은 2003년부터 매년 전국 규모 대회에서 3위안에 입상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적을 냈다.

특히 4월 각 지역 예선을 거쳐 올라온 15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경기 의정부에서 열린 제24회 전국시도대항초등학교핸드볼대회에서 처음으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다른 초등학교 핸드볼팀은 보통 20여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지만 이 팀은 4∼6학년생 10명에 불과하다.

게다가 선수의 평균 신장은 147cm로 역대 선수들 중 가장 작았다. 초등학교 핸드볼 선수 전국 평균 신장인 160cm에 비해서도 10cm 이상 차이가 나는 등 체격이 왜소하다.

김철호(46) 감독과 성 코치는 이런 불리한 체격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1월부터 스피드와 근력을 키우기 위한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다. 난방시설도 없는 체육관에 오전 8시에 모여 1시간 정도 체력훈련을 한 뒤 오후 3시 수업이 끝나면 4시간 동안 실전에 가까운 연습경기를 가졌다.

전국대회를 3개월 앞두고는 아예 합숙훈련에 돌입해 야간에 체육관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선수들 가운데 8명이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지만 너무 착해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다 실력이 뛰어나 앞으로 한국 핸드볼을 이끌 재목들이 될 겁니다.”

선수 대부분이 부모의 이혼으로 친척집에서 생활하거나 보육원에서 살아가고 있어 운동에만 전념하기 힘든 상황.

연간 1000만원이 조금 넘는 운영비로는 식비를 감당할 수 없어 그동안 김 감독과 성 코치, 체육관을 관리하는 김남표(46) 씨 등이 음식을 만들어오거나 주머니를 털어야 했다.

주장을 맡고 있는 6학년 천소영(12) 양은 “훌륭한 선수로 성장해 올림픽 무대에서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032-764-4482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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