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클리닉]분명한 시각으로 핵심쟁점 설득력있게 기술

  • 입력 2005년 8월 9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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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논술 주제

도청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개인의 사생활을 엿보는 불법 도청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국내외 많은 기업이 영업비밀을 유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의 e메일과 메신저 프로그램을 검열하고 있다. 수사나 안보 등 공익 목적으로 국가기관이 개인의 통신 내용을 감청하거나 합법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도청하는 경우도 있다. 사생활 보호와 공익 가운데 무엇이 우선인지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고교생 다음(8월 16일) 주제

국내 한 인디밴드가 TV 생방송 도중 성기를 노출해 물의를 빚었다. 이 사건은 사전 모의한 것으로 밝혀져 당사자들은 구속됐다. 서울 홍익대 앞 등에서 이 같은 인디밴드 공연 문화가 일반화됐다는 소문이 돌면서 서울시에서 이런 클럽에 대한 블랙리스트를 만들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예술적 표현의 자유와 사회질서의 관계에 대해 8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학생글 (김혜민 경북 구미시 현일고 2학년)

㉮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공익 추구의 충돌은 오래 전부터 우리 사회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다. 청소년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여부, 회사 내의 이메일 및 메신저 내용 검열 문제, 최근 발생한 도청 테이프 사건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논쟁거리에서 볼 수 있듯이, 사생활을 보호받을 권리와 공익은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공존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두 권리가 대립할 때 우리는 어느 편을 우선시해야 할까?

㉯ 우리나라와 같은 민주주의 사회의 궁극적인 목표는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하는 것이다. ①이를 위하여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 중 하나가 사생활 보호라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 그러나 사생활 보호를 포함한 국민의 모든 권리가 제대로 실현되는 참다운 민주주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공익의 추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②공익이 잘 보장되어 살기 좋은 사회가 되어야, 안정적인 정치·경제적 상황과 성숙한 국민 의식 위에 진정한 사익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익만을 앞세워 사생활을 무조건적으로 침해하는 일은 없어야겠지만,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개인의 ③작은 이익은 양보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헌법 37조 2항은 ‘국민의 기본권은 공공 복리, 사회 질서 유지, 국가 안전 보장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의 ‘1984년’에 등장하는 ‘빅 브라더’처럼 개개인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다. 하지만 다수의 권리를 위하여 ④꼭 필요한 경우에 적법한 절차로 최소한의 사생활 침해를 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첨삭지도

㉮ 문단은 불필요한 문단이다. 짧은 글에서 논제의 쟁점을 반복하는 서론 단락은 구성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정작 중요한 본론의 논의를 빈약하게 만들 수 있다. ㉯ 문단부터 시작해도 글이 어색하지 않다. 첫 문단을 빼는 대신 논거 제시를 더 충실하게 하자.

① 첫째, 사생활 보호가 개인의 다양성 존중과 인간 존엄성 실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간단하게라도 설명하지 않으면 자의적 주장으로 평가될 수 있다. 둘째는 ‘아무도 없다’는 주장이 너무 강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할 것이다’ 정도로 하면 자기주장을 하면서 반론의 여지도 줄일 수 있다. 전체적으로 ‘∼ 때문에 사생활 보호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다.’로 고치는 것이 더 좋겠다.

② 사익 보호와 사생활 보호는 같은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사생활 보호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자. 또 공익이 보장되면 어떻게 국민 의식의 성숙을 가져올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공익 보장, 안정적 상황, 국민 의식 성숙 사이의 인과관계가 정확해야 한다.

③ 모호한 표현. 어느 정도가 작은 것인지 불분명하다. 이런 의미라면 ‘사생활 보호를 위한 권리’ 정도로 고치자.

④ 구체적 내용 없이 원칙적 차원에 그쳤다. ‘꼭 필요한 경우’의 내용이 현재 주요 쟁점이므로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지 않으면,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주장에서 끝나게 된다. ‘예를 들면, ∼와 같은 꼭 필요한 경우’로 내용을 보충하자.

㉱ 문단은 ㉰ 문단의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셈이다. 짧은 글에서 내용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생활 제한에 대한 다른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 더 낫다.

■총평-애매한 입장 아닌 구체적 논거 제시를

이 답안의 잘 된 점은 두 가지이다. 첫째,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논제 파악을 정확하게 했다. 논제를 잘못 파악하면 논점이 벗어난 글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경우 도청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핵심 쟁점은 사생활 보호와 공익 중 어느 것이 우선돼야 하는가 하는 일반적인 쟁점이다.

다른 학생들이 보낸 대부분의 글도 도청 문제에만 초점을 맞춰 논의하는 선에 그쳤다. 그러나 도청 반대 입장은 공익을 우선시하거나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관점에서도 나올 수 있다. 도청 문제만 논의해서는 핵심 쟁점에 접근할 수 없다.

둘째,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을 명료하게 제시했다. 이 문제는 글을 쓰는 학생에게 입장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학생들 답안 가운데에는 공익과 사생활 둘을 다 인정하면서 애매한 절충에 그친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이 글은 애매한 절충이 아니라 사생활 보호를 제한적으로 인정하면서 공익을 더 우선시하는 구체적 입장을 제시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수험생 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자유롭게 판단하면 된다. 다만 논거를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제시하느냐가 문제다. 이 글은 논제 파악, 논지 설정이라는 논술의 기본은 잘 했지만 논거 제시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 학술적 글쓰기 담당

http://edu.donga.com/nonsul 논술전문 사이트 만들었어요

매주 화요일 본보 ‘Plus 교육면’에 게재되는 ‘논술클리닉’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감사드립니다.

이에 동아일보와 동아닷컴은 9일부터 동아닷컴에 온라인 논술전문 사이트를 신설 운영합니다. 새 논술사이트에는 글을 쉽게 올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첨삭지도 내용 등 다양한 자료를 볼 수 있도록 쌍방향으로 운영돼 글쓰기 능력과 창의적 사고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아 Plus 논술클리닉’(http://edu.donga.com/nonsul)에 접속해 초등학교, 중학교, 고교 논술 메뉴를 클릭한 뒤 동아닷컴 회원ID로 로그인하고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됩니다. 이름, 학교와 학년, 주소, 연락처를 정확히 적어 주세요.

글 가운데 일부를 선정해 논술클리닉 면을 통해 국내 최고의 논술 전문가들이 첨삭지도와 총평을 해드립니다. 매주 첨삭지도나 총평 후보로 선정된 50명에게 문화상품권도 보내 드립니다. 게시판에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다른 학생과 자신의 글을 비교해 볼 수 있어 그 자체가 훌륭한 논술 공부가 될 것입니다. 다만 주제와 관련 없는 비방이나 욕설 등은 삭제할 것입니다.

논술사이트에는 대학입시와 논술과 관련한 각종 정보도 함께 실어 학생과 학부모의 귀중한 학습정보 길라잡이가 될 것입니다.

■중학생 논술 주제

항공기 조종사 노조가 파업을 하고 있다. 지하철 버스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분야에 파업이 발생하면 시민의 불만이 나오게 된다. 일부에서는 이런 분야의 경우 파업을 제한하자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파업 제한은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므로 불편이 있어도 파업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다. 시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파업에 대한 생각을 4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 천 성 준 당진 서야중 3학년

요즘 이곳 저곳에서 파업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노동자들도 자신들에게 불리한 조건이 있으면 파업을 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시민들도 그들에 대한 부정한 대우가 있으면 수긍하기 마련인데, 피해가 시민들에게까지 번지게 된다면 그것은 노조 측에서 여론을 자신들의 적으로 만드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갈등이 깊어서 파업은 더욱더 장기화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국익에 커다란 해가 될 뿐 아니라 본인 자신들에게까지 피해를 미치게 될 것이다.

결국에는 실업자 증가와 관련이 될 수 있고, 국가적 차원의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결과가 된다. 노조 측에서는 자신도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시민에 대해 피해를 주는 일은 자제해야 된다.

○ 이 종 홍 천안 계광중 3학년

아시아나항공의 노조 파업으로 많은 항공 이용자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이렇듯 시민 생활과 직결되는 항공기, 지하철, 버스 등의 파업은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파업은 제한되어야 하는가? 아무리 시민생활에 피해를 준다고 해도 파업은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파업을 제한하면 그들의 권리는 제한되고 이런 제한을 통해 사용자는 노동자를 부당하게 대우할 수 있다. 파업으로 시민들은 피해를 입게 된다. 그러나 노동자도 부당한 권리에 대응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 파업을 한다. 다만 노사는 서로 적대적인 태도를 버리고 시민들은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총평-논제 정확히 파악하고 자기 주장 펼쳐야

이번 주제는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에 초점이 맞추는 것이 출제자의 의도였다. 하지만 많은 학생의 글 속에는 시민은 사라지고 ‘파업을 제한해야 하는가’에 대한 주장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는 논제를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논술의 출발점은 논제에 관한 정확한 이해이다. 그래야 글의 방향이 분명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논술능력이란 문제파악 능력이며 문제해결 능력이다. 논술이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학문을 하기 위한 기본 능력인 것이다. 천성준 학생은 논거제시를 통해 단계적으로 설득력 있는 글을 썼다. 다만 여론이 나빠지면 갈등이 커지고 파업이 장기화될 것이란 논리는 어색하다. 결론 부분도 노조 측에 충고하듯이 할 것이 아니라 ‘시민생활에 피해를 주는 파업은 제한되어야 한다’와 같이 분명한 주장의 표현으로 맺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이종홍 학생은 법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정당화하는 좋은 글을 썼다. 그러나 이 군 역시 마지막에 노사 시민 모두에게 양보를 촉구하였는데 이것은 논술의 방법은 아니다.

박승렬 LC교육연구소장

■중학생 다음(8월 23일) 주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주고받는 일이 일반화되면서 기사나 다른 사람의 글에 대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댓글이 인터넷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 포탈 사이트들은 댓글을 제한하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정도를 넘어선 댓글은 인권 침해의 소지도 있는만큼 댓글난을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일부에서는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인터넷 문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는 반론을 펴기도 한다. 자신의 생각을 400자 내외로 논술하시오. (관련교과 : 중학교 3학년 사회 2-1 단원 일상생활과 민주주의)

○고교생은 12일까지, 중학생은 19일까지 학교, 학년, 주소, 연락처와 함께 글을 보내주세요. 다음 주는 초등학생 논술이 실립니다. 50명을 선정해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글 보낼 곳: http://edu.donga.com/non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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