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서술을 잡으면 논술이 보인다

  • 입력 2005년 6월 20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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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이어서 원인과 결과가 드러나도록 글을 써보시오.’(초등 3학년 국어)

‘다음에 제시된 생물들을 단계에 맞게 분류하여 보시오.’(초등 6학년 과학)

대학시험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서술형 평가 문제가 초중고교에서도 점차 확대되는 등 시험 출제 경향이 크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교과서 내용을 달달 외워 쓰는 평가보다는 문제를 이해하고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정리하는 교육이 창의성 계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주요 대학들이 현재 고교 1학년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시에서 논술과 구술면접의 비중을 크게 늘릴 예정이어서 학습방법은 물론 평가방법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답이 뭘까". 3월 초 실시된 학력진단평가에서 서울 종로구 인현동 덕수중 1학년생이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국어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

서울시교육청도 2학기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은 서술형으로만 평가하도록 평가 지침을 만들었고, 중고교도 올해부터 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30% 이상으로 하고 연차적으로 50%까지 늘릴 계획이다.

시교육청은 이를 위해 9일 초중고교에서 참고로 활용할 만한 예시문항(초등용 1400여 개, 중등용 350여 개)을 개발해 공개했다.

에듀토피아 중앙교육 백승한 평가실장은 “학생들에게 익숙한 단답형과 객관식이 줄어들수록 학생 부담이 커진다”며 “공부하는 방법도 이에 맞춰 바꿔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술형 평가란 ‘주어진 질문에 대해 여러 개의 문장으로 응답하는 평가’로 단답형 주관식은 서술형 평가에 포함되지 않는다.

주로 ‘해석하라’ ‘예시하라’ ‘개요를 써라’ 등의 답안을 요구하게 되며 우선은 서술형 중심으로 출제하다가 점차 논술형 문항을 늘릴 방침이다.

시교육청이 서술형 평가를 도입한 이유는 학력신장을 위한 것으로 이를 통해 학생들의 사고력과 창의력, 실생활 응용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교육계에서도 서술형 평가가 본격화되면 시험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처럼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거나 단편적인 지식으로는 좋은 성적을 받기 어렵다.

최종적인 답을 구하는 것만큼 답을 구해 나가는 과정도 중요해 ‘찍어서’ 맞히는 것도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서술형에서는 ‘쓰기’ 능력도 중요해진다. 자신의 생각이나 지식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는가도 기본적인 평가 항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평소 자신이 쓴 글을 남에게 보여주고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점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만, 국어과나 영어과의 경우 철자가 많이 틀려도 ‘0’점 처리되는 것은 아니다. 철자 등 특정한 채점 요소가 과도하게 반영되면 서술형 평가의 본래 취지가 훼손될 수 있어 학교별로 적절한 채점 기준을 만들어 적용한다.

시교육청 중등교육 평가담당 김현중 장학사는 “서술형 평가는 학생이 각 단원의 학습목표를 얼마나 성취했는지를 점검하는 것”이라며 “모든 과목에서 교과서 단원별 학습목표를 성실히 공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개된 예시문항은 실제 시험에는 출제되지 않는다. 이번에 개발된 초등 대상 전체 예시문항은 일선 초등학교의 기말고사가 끝나는 7월 초 초등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할 예정이다.

시교육청 초등교육 평가담당 심은석 장학관은 “평가에 활용하지 않도록 일선 학교에 지침을 내려 보냈다”며 “학원 등에서 예시문항으로 ‘훈련’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서술형 평가 대비 10계명▼

① 꾸준한 독서로 독해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② 꾸준히 쓰기 연습을 하며 쓴 글은 남에게 고쳐달라고 한다.

③ 배운 내용을 파악해 완전한 문장으로 요약해본다.

④ 단원의 학습 활동을 확인하고 문장으로 정리해본다.

⑤ 답안을 작성하기 전에 ‘∼ 이내로 요약하시오’와 같은 기준을 확인한다.

⑥ 교과서의 도표나 그래프를 말로 풀어내는 훈련을 한다.

⑦ 과학, 수학 등도 교과 관련 도서를 많이 읽자.

⑧ 하나의 지식이라도 정확하고 확실하게 익히자.

⑨ 답안은 불필요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도록 최대한 간결하게 쓰자.

⑩ 공부할 때 ‘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자.

▼초등 서술형▼

올해부터 학교 단위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부활된 서울 지역의 초등학교에서는 2학기부터 서술형 평가로 시험을 치게 된다.

대상은 3∼6학년으로 해당 과목은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4개 주요 과목이다. 문항 수는 과목별로 4∼10개이며 한 문항에 대해 답을 어느 정도까지 했는가에 따라 점수가 달라지는 ‘수준별 문항’도 있다.

그렇다고 학업성취도 평가로만 성적을 100% 산출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별, 교사별로 자율적으로 성적을 내는 요소를 결정할 수 있다. 교사가 개별적으로 ‘쪽지시험’을 보거나 수행평가를 일부 반영할 수도 있다.

또 학업성취도 평가를 하더라도 현재처럼 전체 석차와 과목별 석차는 모두 공개되지 않는다.

▼중고 서술형▼

중고교생의 서술형 평가는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5개 과목에만 해당되며 연차적으로 확대된다.

올해는 중학교 1학년과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전체 평가의 30%를 서술형 평가로 해야 한다. 내년에는 중1, 2학년과 고1, 2학년을 대상으로 40%까지 확대된다.

2007년에는 모든 중학생과 고교생을 대상으로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수행평가는 서술형 평가와 별도이며 수행평가가 전체의 30%라면 전체 성적은 △서술형 평가 30% △수행평가 30% △선택형 객관식 40% 등으로 구성된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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