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비리로 구속된 野정치인 “李시장에게 민원했다”

  • 입력 2005년 5월 10일 1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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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주변 재개발 비리와 관련해 부동산개발업체에서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전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이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을 만나 재개발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해 줄 것을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예상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柳在晩)는 청계천 주변 고도 제한을 완화해 주는 민원을 하도록 이 시장과의 면담을 주선해 주겠다며 부동산개발업체 ‘미래로RED’ 대표 길모 씨에게서 14억 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한나라당 전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 김일주(金一柱) 씨를 10일 구속했다.

김 씨는 검찰에서 “길 씨 부친의 부탁을 받고 이 시장을 만나 재개발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김모 시장비서관에게 길 씨를 소개해 주고 이 시장에게 사업에 대해 잘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김 씨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김 씨가 시장 비서실에 수차례 전화를 걸어 시장 면담을 요구했으나 응해 주지 않자 지난해 2월 무작정 시장실로 찾아와 할 수 없이 이 시장이 비서관 배석하에 만났다”며 “경기지역 당원 포럼에 참석해 달라는 게 면담 내용의 전부였고 이 시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또 “길 씨의 경우 지난해 4월 KBS의 한 간부급 기자(현재는 퇴직)가 먼 친척이라고 소개해 집무실에서 7, 8분 만났으나 민원과 관련한 대화는 일절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서울시청 공무원이 포함된 4, 5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3년 9월 경기 성남시에 있는 사무실에서 길 씨가 7개의 보따리에 나눠 담아 에쿠스 차량으로 보낸 현금 6억5000만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14억 원을 받은 혐의다.

김 씨는 이 시장과 대학 동문이면서 한나라당 지구당위원장을 지낸 인연 등을 내세워 이 시장과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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