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줌인]정부 vs 경기도 ‘수도권 규제완화’ 충돌

  • 입력 2005년 5월 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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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발전 대책을 둘러싸고 이해찬 국무총리(왼쪽)가 신중론을 제기하자 손학규 경기도 지사가 즉각 반박했다. 이 총리는 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수도권 발전대책협의회에서 수도권 내 첨단기업 신증설 허용 문제와 관련해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손 지사는 8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61개 업종의 신증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주훈기자
수도권 발전 대책을 둘러싸고 이해찬 국무총리(왼쪽)가 신중론을 제기하자 손학규 경기도 지사가 즉각 반박했다. 이 총리는 7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수도권 발전대책협의회에서 수도권 내 첨단기업 신증설 허용 문제와 관련해 “좀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으나 손 지사는 8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빠른 시일 내에 61개 업종의 신증설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주훈기자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행정도시) 건설 후속 대책인 수도권 발전 방안을 놓고 혼선을 빚고 있다. 또 청와대와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와 수도권 규제완화의 폭과 시기 문제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게다가 열린우리당 일부 의원도 정부의 방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 및 국내기업의 수도권 내 첨단 공장 신·증설 지연 문제가 업계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는 양상이다.

▽정부 내 혼선=7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이 총리 주재로 열린 수도권발전대책협의회에 참석한 정부 부처 대표들은 첨단 공장 신·증설 문제를 놓고 의견이 갈렸다.

이 총리는 “이 문제는 당장 결정해야 할 절박한 사안은 아니다”며 신중론을 폈다. 성경륭(成炅隆) 국가균형발전위원장, 추병직(秋秉直) 건설교통부 장관, 김영주(金榮柱) 대통령경제정책수석비서관도 지방과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국인 투자 기업의 공장 신·증설은 허용하겠지만 국내 대기업까지 공장 신·증설에 나설 경우 국토균형발전 정책의 기조가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 총리는 “대통령이 시킨다고 하더라도 이치에 맞지 않으면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과 이희범(李熙範) 산업자원부 장관, 김광림(金光琳) 재정경제부 차관은 국내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업종 확대 및 규제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역차별 방지를 위해 외국인 투자기업과 국내 대기업에 대한 공장 신·증설 동시 허용을 촉구했다.

이 장관은 “국내 6개 대기업이 수도권에 3조6000억 원대의 투자를 하기 위해 대기 중”이라며 “이달 말까지 신·증설 허용을 미루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對) 경기도=이날 회의에 참석한 손 지사는 국내 기업의 공장 신·증설 업종을 61개로 확대해야 한다며 이 총리 등과 설전을 벌이다 회의 중간에 퇴장했다.

손 지사는 8일 경기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가 경제보다 지방의 ‘표’를 먼저 생각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또 “수도권 규제가 안 풀려 26일로 예정된 외국 기업 3M의 기공식이 불법이 되더라도 나는 기공식에 참석하겠다. 국제적인 사기꾼이 되느니 범법자가 되는 게 낫다”며 정부를 힐책했다.

한나라당 소속인 손 지사는 행정도시 건설 찬성으로 방향을 선회한 뒤 올해 3월부터 여권 주요 인사들과 만나 수도권 발전대책을 논의해 왔으나 대권주자 후보로서의 지지율 제고에 도움이 안 됐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 내 불만=상대적으로 낙후된 경기 북부지역 출신과 경제 관료 출신 의원들이 주로 정부의 소극적인 규제 완화 움직임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경기 양주-동두천의 정성호(鄭成湖) 의원은 8일 “지난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경기 포천-연천에서 대패한 뒤에도 정부가 경기 북부의 민심을 제대로 못 읽고 있다”며 “경기 북부엔 생산기반이 아예 없기 때문에 빨리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경기 남양주을 박기춘(朴起春) 의원은 “일시에 규제 완화를 하면 안 되겠지만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뜻은 확고하다”며 “낙후된 경기 북부 중심의 발전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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