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 긴급회동…“검찰 수뇌부가 정치권 눈치만” 성토

  • 입력 2005년 5월 3일 02시 24분


코멘트
긴장의 서울중앙지검2일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검사들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신원건 기자
긴장의 서울중앙지검
2일 서울중앙지검 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검사들이 엘리베이터에 오르고 있다. 신원건 기자
2일 열린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의 결과는 겉으로는 ‘온건’했다. 그러나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일부 검사들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에 대한 불만까지 쏟아내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침을 성토했다.

평검사들은 전국 평검사 회의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무슨 얘기 오갔나=회의에서는 주로 수뇌부의 대응 문제가 집중적으로 성토됐다. 사개추위의 형소법 개정이 이렇게 진전될 때까지 수뇌부가 과연 뭘 했느냐는 책임론이 대두됐다. 한 참석자는 “검사들이 가장 아쉬워했던 것은 수뇌부의 황당한 대응방식과 우유부단한 태도였다”고 전했다.

회의에서 한 참석자는 “검찰의 무력화란 정치권의 의도가 다분한 상황에서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할 수뇌부가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참석자는 회의가 끝난 뒤 “강금실(康錦實) 전 장관이 그립다”고 말했다. 강 전 장관이 있었으면 이렇게 당하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것은 김승규(金昇圭) 법무부 장관과 김종빈(金鍾彬) 검찰총장”이라며 “이런 일선의 분위기를 회의에서 공론화시켜줄 것을 후배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검사들은 “형소법이 사개추위의 방안대로 개정될 경우 형사 사법의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며 “검사들이 밥그릇을 지키려고 이러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왜 모였나=검찰 수뇌부의 ‘무기력한’ 대응에 대한 반발이 평검사 회의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과 김 총장은 2일 한승헌(韓勝憲) 사개추위 공동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검찰의 반발 양상은 검찰의 입장이 잘못 전달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장관은 4일과 6일로 예정된 검사장 간담회를, 김 총장은 2일로 예정됐던 수도권 이외 지역 전국 검사장 회의를 각각 연기하기도 했다.

이 때문인지 한 검사는 “때리는 남편(사개추위)도 밉지만 말리는 시어머니(법무부와 대검 수뇌부)가 더 밉다”는 말도 했다.

검찰 수뇌부는 2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가 3일 열릴 예정이란 소식을 접하자 “사개추위가 지난달 30일 합동토론회에서 나온 검찰 측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마당에 검찰의 반발이 계속되면 여론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고 무마에 나섰다.

그러자 서울중앙지검 평검사들은 오히려 회의를 2일 오후로 앞당겨 버렸다.

▽결의문 채택과 전망=평검사 대표들은 회의가 진행 중인 이날 밤 11시 20분쯤 기자실로 내려와 ‘인권과 정의가 살아 숨쉬는 형사 사법을 갈망하며’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검사들은 결의문에서 “형사 사법 시스템은 한번 바뀌면 다시 되돌리기 어려운 것임에도 형사 사법 시스템의 최종 수요자인 국민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짜여진 일정에 맞추듯이 성급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평검사들은 이날 논의된 내용을 취합해 검찰 수뇌부에 공식 전달키로 했다. 회의에서 검사들은 전국 평검사 회의 개최가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검사들은 다른 지검 검사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일정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