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학교폭력 교장은 학부모에 사과하라"

  • 입력 2005년 4월 19일 16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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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조영황·趙永晃)는 학교가 학교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것은 피해학생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학교장은 피해학생 부모에게 사과하고 정기적인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실시하라고 19일 권고했다.

인권위는 서울 O중학교 학생 박모(16) 군의 어머니가 "아이가 학교폭력 및 집단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학교 측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2004년 8월에 낸 진정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박 군의 부모는 아들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뒤통수를 맞는 등 폭력 및 집단괴롭힘을 당하고 있어 2004년 5월과 6월 두 차례 학교를 찾아가 담임교사에게 재발방지와 보호를 당부했다. 그러나 학교 측의 적극적인 조치가 없어 박 군이 급우들에게 맞아 기절하는 등의 피해가 계속됐다.

박 군의 부모는 같은 해 6월 다시 학교를 방문해 교감에게 전학추천서를 써 줄 것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결국 박 군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6개월 이상의 안정을 요하는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고 진정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다른 학생들이 박 군의 멱살을 잡고 뒤통수를 때린 사실은 알고 있었다"며 "급우들과의 간격을 좁히려고 수차례 상담했지만 소심하고 내성적인 박 군이 등교를 일방적으로 거부하는 등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하고 주변을 힘들게 했다"고 답했다.

학교 측은 또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면 학교폭력에 대한 조사를 진행시킬 수 없기 때문에 전학 추천서를 써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조사결과 피해학생이 아버지의 직업상 여러 차례 전학을 다녔던 정황 등을 통해 담임교사가 학기 초부터 급우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피해학생 부모가 여러 차례 요청했는데도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박 군의 부모가 재차 방문해 전학을 위한 교장 추천서를 요청했으나 조치하지 않아 결국 이들은 2004년 7월 주소이전으로 아들을 전학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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