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중 교수가 휴대전화” 주장 제기…서울大, 경위조사 착수

  • 입력 2004년 12월 26일 17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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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의 한 학부에서 올해 2학기 수시모집 면접을 실시하면서 면접관인 교수가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면접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면접일인 11월 30일은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었으며 각 대학이 논술 면접 때 수험생의 휴대전화를 수거하는 등 부정행위를 막기 위해 고심하던 시기였다.

서울대 2학기 수시모집 지역균형선발전형에 응시한 모 고교 3학년 A 군(19)에 따르면 11월 30일 면접 교수 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수학문제 풀이 과정을 설명하는 도중 면접관인 B 교수에게 휴대전화가 걸려왔다는 것.

면접은 수학문제 10개를 풀고 풀이과정과 답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 1인당 면접 시간은 10분.

A 군은 “4번 문제를 풀던 중 B 교수에게 휴대전화가 걸려왔는데 전화를 끊지 않고 통화를 계속했다”며 “할 수 없이 옆에 앉은 C 교수를 바라보며 풀이과정을 설명하기 시작했지만 다른 전화기가 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군은 “그러자 C 교수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등을 돌리고 고개를 숙인 채 무언가를 했다”며 “다만 C 교수가 전화통화를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당황한 A 군이 설명을 중단하자 B 교수는 휴대전화를 손으로 막고 “다 듣고 있으니 계속 설명해”라고 말했으나 전화를 끊지는 않았다는 것.

A 군의 아버지는 “학생의 인생이 걸린 시험장에서 교수들이 그토록 무성의하게 면접에 임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9일 서울대에 문제를 제기했다.

공대 측은 22, 23일 두 교수에 대해 자체 조사를 벌인 뒤 “교수들이 면접 중 휴대전화를 받지 않은 것으로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B 교수는 24일 기자와 만나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었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전화기는 꺼내지 않았다”며 “다만 면접장으로 사용했던 연구실에 유선전화가 몇 번 울려 C 교수가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C 교수는 “면접장에 유선전화가 3대 있었으며 공교롭게도 그 학생을 면접할 때 전화기가 차례로 울려 그때마다 전화기 코드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종섭(李鍾燮) 입학관리본부장은 “단과대 차원과는 별도로 해당 교수들에게 29일까지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며 “공대 측의 진상 조사결과를 다각도로 검토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정운찬(鄭雲燦) 서울대 총장은 “만약 사실이라면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일”이라며 “진상을 파악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중히 다루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는 A 군이 불합격한 데 대해 “면접 성적은 우수했지만 학교생활기록부를 위주로 하는 1차 전형에서 다른 수험생에 비해 불리해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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