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爭서 相生의 시대로 노사문화가 달라진다

《빨간 머리띠와 격렬한 구호, 파업 등으로 각인돼온 노동조합이 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자 먼저 임금동결을 선언하는 노조가 생기는가 하면 노조의 투쟁기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지역 경제 살리기에 쓰겠다고 나선 노조도 있다.》

▽노사 상생의 모델들=SK케미칼 노사는 최근 회사가 고용안정을 보장하는 대신 경영성과에 따라 조합원들의 임금인상률을 사업본부별로 달리 적용키로 합의했다.

8월 파업으로 647명의 조합원이 징계를 받은 LG칼텍스정유 노조는 9일 ‘화합과 협력의 노사 관계’를 노조 활동의 새로운 방향으로 설정했다.

10월 민주노총을 탈퇴한 LG정유노조는 △현장관리 철저 △혁신활동 등의 세부 실천계획을 수립했으며 내년 초쯤 ‘무분규 선언’을 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1980년대 ‘골리앗 투쟁’ 등으로 강성 노동운동의 중심에 섰던 현대중공업 노조는 10월 민주노총과 결별한 데 이어 지난주 10년째 계속돼 온 무분규로 적립된 ‘투쟁기금’ 100억 원 가운데 일부를 지역경제 살리기를 위해 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팬택의 경우 노조가 스스로 내년 임금동결을 결의하자 경영진이 “회사가 직원들의 임금을 동결할 정도로 어려운 건 아니다”며 임금을 10% 인상해 주기로 해 화제를 모았었다.

▽왜 변화하나=올해 하투(夏鬪) 과정에서 여론의 지지가 없는 파업 위주의 강경한 노동운동은 더 이상 설 곳이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LG정유 노조가 8월 “고임금 근로자들이 웬 파업이냐”는 여론의 뭇매를 맞고 파업을 접은 것이나, 지난달 전국공무원노조가 파업에 들어갔다가 “신분을 보장받은 공무원들이 어떻게 단체행동권을 요구하며 불법파업을 하느냐”는 비난 속에 사실상 백기 투항한 것도 실제로 여론의 힘 때문이다.

노사정위원회 관계자는 19일 “지역 봉사활동과 노사 신뢰를 바탕으로 노조원과 회사, 지역사회가 하나 되는 노동운동 형태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