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외국인들이 본 한국사회 부패 백태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8시 12분


코멘트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불법취업 사실을 알고 조사에 들어가자 회사 사장이 뇌물로 해결하더라.”(미국인 회사원)

“일부 대학의 원어민 영어강사에게 대출되는 정부의 주택보조금을 대학 직원이 부동산 투기에 활용해 시세 차익을 얻었다.”(미국인 지방대학 강사)

주한 외국인들이 최근 부패방지위원회의 ‘부패 체험수기, 부패방지 제안’ 공모에서 털어놓은 한국사회의 부패 백태다.

수기 부문 최우수 수상자인 캐나다 출신의 학원 강사 A 씨는 “(학원장이) 계약서에 보장된 주택문제를 해결해 주지도 않고 계약상의 절차 없이 갑자기 해고하는 등 부당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인이 새로운 취업비자를 받으려면 현 고용주로부터 반드시 ‘고용포기각서’를 받아야 하는데, 학원장들이 이 제도를 ‘노비문서’처럼 악용하고 있다는 것.

우수상을 받은 미국인 회사원 B 씨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을 돈 봉투로 매수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그는 “출입국 관리 공무원이 불법 취업자에 대한 조사를 하자 이를 너무도 자연스럽게 뇌물을 달라는 요구로 해석해 놀랐다. 돈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이나 아무런 도덕적인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한편 제안 부문에 참여한 외국인들은 한국사회의 부패 원인으로 △부패에 관용적인 문화 △한국의 교육제도에 존재하는 서열주의와 1등주의 △기업에 대한 정부와 공무원의 재량권 등을 꼽았다. 부방위는 총 31편을 접수해 7편의 수기와 8편의 제안을 수상작으로 선정하고 16일 시상식을 가졌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