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경제 선정 2004 10大 경제뉴스

  • 입력 2004년 12월 16일 17시 44분


코멘트
《‘외환위기 때보다도 힘들었다.’ 올해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는 4.6∼4.7%. 비교 기준인 지난해 성장률이 3.1%에 그쳤는데도 5%에도 미치지 못한 ‘낙제점’이었다. 특히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이 사상 최고의 호황을 보인 점을 감안하면 체감 내수경기는 사실상 ‘마이너스 성장’이었다. 젊은이의 일자리 찾기는 더 어려워졌고 직장인은 ‘감원 한파(寒波)’에 떨었다. 본보 경제부가 선정한 올해 10대 경제뉴스를 소개한다.》

▼換亂때보다 더한 내수 불황▼

수출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 지표가 곤두박질쳤다. 올해 10월까지 소매업 생산은 21개월째 줄었고 서비스업 생산은 4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기업 투자는 외견상으로 소폭 늘어났지만 실제로는 답보 상태였다. 3분기(7∼9월) 설비 투자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했지만 비교 시점인 지난해 3분기가 ―5.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거의 늘지 않았다. 민간 소비는 ‘패닉’ 상황에까지 몰렸다. 통계청의 11월 소비자 전망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생활형편을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2월보다도 낮았다.

▼청년실업 급증-기업 감원 한파▼

경기 침체로 일용직이나 임시직 근로자가 늘면서 고용시장의 불안정성이 증가했다. 청년층 실업률은 7%를 웃돌아 전체 실업률(3.5% 안팎)의 2배에 이르렀다.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해 고용시장 여건은 더욱 악화됐다. 코오롱 등이 감원을 단행한 데 이어 외환위기 때도 인력 조정을 하지 않았던 롯데그룹마저 희망퇴직을 실시해 충격을 줬다.

▼유가 등 원자재가격 천정부지▼

원유 수요가 크게 늘어 유가가 급등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는 10월 22일 배럴당 56.43달러로 마감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보다 84% 높은 수준이다. 다른 원자재 값도 크게 뛰었다. 중국의 수요 증가와 달러 약세로 주석과 전기동, 니켈, 알루미늄 등은 올해 들어 가격이 20∼75% 올랐다. 철강은 세계적인 공급 부족으로 조선업계와 자동차업계가 치열한 물량 확보전에 내몰렸다.

▼원화 환율 급락 수출기업 비상▼

미국이 ‘약(弱)달러’를 용인하면서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했다. 11월 이후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달러당 1100원 선이 무너진 데 이어 1050원 선마저 붕괴됐다. 정부가 일시적으로 개입했지만 약달러 추세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 전반에 형성되면서 낙폭을 줄이는 데는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환율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90%는 이미 적자를 보고 있거나 출혈수출에 근접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당-정-청 경제정책 불협화음▼

정부와 여당, 청와대 간의 정책 갈등으로 경제 정책의 ‘사령탑’이 없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됐다. 특히 부동산 세제(稅制)에서 당-정-청의 불협화음이 두드러졌다.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15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부동산 거래세를 추가 인하하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바로 다음 날 열린우리당은 거래세를 0.5%포인트 내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1가구 3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세 문제도 마찰을 빚었다.

▼종합부동산세 도입 거센 논쟁▼

보유세제 개편에 따라 집이나 땅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에게 별도의 세금을 물리는 종합부동산세가 신설됐다. 내년부터 주택분 재산세와 종합토지세는 재산세로 합쳐져 과세되고 일정 기준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게는 별도의 종부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당초 2006년부터 시행될 계획이었지만 1년 앞당겨졌다. 하지만 경기 침체가 계속되면서 가계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는데도 세금만 뛰게 돼 조세저항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기업도 사람도 脫한국 대열에▼

수출입은행 신고 기준으로 올해 들어 10월까지 한국 기업과 개인의 해외 투자 건수가 3000건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액도 44억38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6% 늘었다. 불법으로 해외로 돈을 빼돌리는 사례도 많았다. 올해 관세청이 적발한 ‘환치기’ 사례는 총 398건, 1조5949억 원이다. 불황에도 유학생은 더 늘었다. 9월 1일 현재 해외에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은 18만7600여 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 경영권 위협 ‘발등의 불’▼

유럽계 자본이 한국 기업의 경영권을 끊임없이 위협했다. 노르웨이 해운회사인 골라LNG는 1월 5일 대한해운 지분 9.9%를 취득했다고 신고했다.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은 3월 12일 SK㈜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다. 반면 한국 정부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시행키로 해 비판을 받았다.

▼외국 자본 잇달아 국내 진출▼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인 씨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전격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외국 금융자본의 한국 금융시장 진출이 활발했다. 씨티그룹은 2월 23일 한미은행 인수를 발표한 뒤 11월 1일 한미씨티은행을 출범시켰다. 미국 푸르덴셜금융도 지난해 현투증권을 인수한 뒤 올해 2월 27일 푸르덴셜자산운용을 공식 출범시켰다. 네덜란드의 ING그룹은 9월 1일 국민은행이 가진 KB생명 지분의 50%를 인수하는 계약을 했다.

▼개인 인터넷미디어 인기 폭발▼

미니 인터넷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가 큰 인기를 끌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서비스의 가입자는 1100만 명을 넘어섰다. 국민 4명 중 1명이 가입한 셈이다. 다음, NHN 등 다른 인터넷 기업도 앞 다퉈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 홈페이지의 확산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바로 인터넷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하려는 젊은 누리꾼(네티즌)들의 자기표현 욕구 때문으로 풀이됐다.

정리=고기정 기자 k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