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공무원 비리 잇따르자 혁신이벤트도 호응 못얻어

  • 입력 2004년 12월 14일 21시 01분


코멘트
대구와 경북지역 자치단체들이 최근 대규모 행사 등을 통해 ‘공무원 혁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일부 공무원들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잇따라 사법 처리돼 이벤트성 행사보다는 기본자세와 의식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북 봉화군 정라곤(54) 부군수는 지역개발 공사와 관련해 업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13일 구속됐으며, 박경호 대구 달성군수(55)도 부동산투기 혐의로 검찰에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북지역에서는 올 들어 현재까지 60여명의 공무원이 금품수수나 근무태만 등으로 감사에 적발돼 징계를 받았다. 이는 지난해 42명보다 크게 늘어난 것이다.

지방의회도 마찬가지. 경북경찰청은 지난달 유령단체를 만들어 문화행사를 하는 것처럼 속여 기업체와 금융기관 등에서 거액을 챙긴 혐의로 경북도의원 박모 씨(57)를 구속했다.

포항시의회 김모 의원(36)도 부동산 투기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특히 사기와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사법 처리된 경북도의원(7대)은 7명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도 자치단체들은 ‘철밥통 이미지를 바꾸자’며 각종 행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도와 구미시 등은 최근 공직사회를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공무원 혁신헌장 선포식’을 대대적으로 열었다.

직원들은 선포식에서 “공무원은 무사안일하거나 구태의연한 집단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스스로 혁신에 나서 투명한 행정문화를 만들고 능력으로 인정받는 직장을 만들자”고 다짐했다.

또 대구 달서구청은 직원들의 의식을 바꾸기 위해 변화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1년 내내 청사 곳곳에 붙이기로 했다. 이른바 ‘철밥통’이나 ‘칼퇴근’ 같은 부정적 인식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열리는 이 같은 행사 등에 대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채 벌이는 또 다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대구대 홍덕률(洪德律·대구경북분권혁신아카데미 부원장) 교수는 “요즘 공직사회에서 혁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도 “이 같은 움직임이 1회성 이벤트가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