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부정 수사확대]대리시험 두여대생 “올 4월 인터넷서 만나”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29분


코멘트
“명문대에 다니고 싶어 대리시험을 부탁했어요.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어요.”

돈을 주고 올해 수능에서 대리시험을 치른 사실을 1일 경찰에 자수해 밝힌 B씨(22·여)는 서울 모 사립대 2학년 휴학생.

자신이 다니는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을뿐더러 더 좋은 대학에 다니고 싶었던 그는 올해 봄 휴학계를 낸 뒤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 가정 형편이 비교적 넉넉한 편이어서 학비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그는 수능 공부를 그만둔 지 오래돼 좋은 성적을 올릴 자신이 없었다.

결국 B씨는 4월 초 인터넷 수능 관련 사이트에 ‘수능 과외’ 모집광고를 낸 서울의 명문대 2학년생 L씨(20·여)를 만나 대리시험을 부탁했다. 조건은 ‘200만원을 주고 수능 성적에 따라 성과급을 따로 주겠다’는 것이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학비가 필요했던 L씨는 B씨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이들은 9월 B씨의 수능수험표 등 응시원서에 L씨의 사진을 붙인 뒤 인천시교육청에 제출했다. 이어 11월 초에는 B씨가 주민등록증을 분실했다며 임시 신분증(주민등록증분실신고서)을 받아 L씨에게 건네주었고, L씨는 신고서에 자신의 사진을 붙여 스캐너로 정밀하게 복사해 위조했다.

경찰 조사결과 인천 남구 도화동 B여고에서 대리시험을 본 L씨는 무사히 시험을 치렀고, 약속대로 B씨에게서 200만원을 받았다.

경찰은 B씨가 대리시험 비용을 아르바이트를 해 마련했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부모가 사전에 이를 알고 돈을 줬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돈의 출처를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이들이 자수한 점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했다.

인천=황금천기자 kchwa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