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동서남북/초등생 등교거부로 해결될 일 아니다

  • 입력 2004년 11월 30일 20시 40분


울산 북구 중산동 주민들이 마을 인근에 들어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 건립에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부터 초등학생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등교하지 않는 학생은 약수초등학교 전교생 2072명 가운데 30여%에 이르는 700여명.

이번 일은 사업주체인 북구청의 밀어붙이기식 일처리가 자초했다는 지적이 많다.

북구청은 환경부가 2005년부터 음식물쓰레기를 매립할 수 없도록 입법예고하자 2001년 11월 중산동에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을 건립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반경 1km 이내에는 아파트 등 5000여 가구가 밀집돼 있는데다 200여m 떨어진 곳에는 중학교가 내년 3월에 문을 열 예정이다.

주민들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산 속에 지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구청은 “건립예정지는 국유지여서 땅값이 싸고 최첨단 시설로 세우기 때문에 악취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지난해 8월 시공업체를 선정하고는 5개월 뒤 착공했다.

공청회와 사업설명회도 수차례 열었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계속되고 있었기에 착공을 서두를 상황이 아니었다. 구청 측의 책임이 크다.

그렇다고 어린 초등학생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은 주민들의 행동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북구청 홈페이지 등에는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겠는가”라는 동정론도 있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합리화되지 못한다”는 등의 비난 글이 많이 실리고 있다.

수단이 옳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빛을 잃는다. 주민들이 주장하는 처리시설 건립 반대 명분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학생들을 빨리 학교로 보내야 한다.

구청도 더 이상의 소모적인 마찰을 줄이기 위해 공사를 중단하고 주민들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다.

정재락 ra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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