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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1월 24일 18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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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교육청이 삭제한 제보의 내용은 경찰의 수사 결과와 너무나 흡사하다. 그만큼 제보의 내용이 사실일 가능성이 컸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광주시교육청이 제보를 무시해 사태를 확산시켰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왔다 삭제된 20여편의 글에는 이번 부정행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학교의 구체적인 모의 정황과 전국적인 커닝조직, 대리시험 가능성 등이 포함돼 있다.
6일 ‘수능’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글을 올린 학생은 “이번 커닝은 공부 잘하는 애들(선수)과 커닝을 원하는 자(관객), 커닝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사람(코치)으로 나뉘는데 코치들이 선수들을 과목당 30만∼50만원에 매수한다”고 밝혔다.
이어 “코치들은 여관에서 시험장에 있는 선수들에게서 답을 받아 답안을 작성한 뒤 과목당 50만∼70만원씩 지불한 관객들에게 일괄적으로 전송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잠바 안이나 상의 속에 넣고 답을 두드려 코치들에게 답을 전달하는데, 벌써 학교나 학원에서 연습을 해봤지만 아무 탈 없이 편하게 했으며 6월 모의고사에서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이 소개한 이 같은 부정행위 수법은 그동안 경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과 완전히 일치하는 것.
‘부정행위’라는 작성자는 “커닝한 학생이 한두명이 아니라 우리 학교만 해도 30명이나 된다”며 “작년에도 여러 명이 커닝을 하다 한 명만 걸렸는데 그냥 넘어갔고 실제로 서울 상위권 대학에 들어간 사람도 여럿 있다”고 밝혔다.
이 사람은 “할 수만 있다면 수능 때 통신회사들이 문자를 못 쓰게 하면 좋겠지만 불가능할 것 같으니 소형 휴대전화 등을 유심히 검사하라”며 “유언비어라 생각하지 말고 꼭 커닝에 대해 엄중히 대처해 주시고 감독을 제대로 해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특히 자신을 ‘고3 담임’이라고 밝힌 김모씨는 “이런 주장이 신빙성이 있는 것이라면 경찰청에 정식 수사요청을 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광주시교육청은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오히려 이를 삭제했다. 교육청측은 “이름이 거론된 해당 학교 등에서 ‘학교의 명예를 훼손한다’며 삭제를 요청해 관련 법 절차에 따라 모두 삭제했다”고 해명했다.
| 인터넷 제보와 실제 상황 | |
| 인터넷 제보 | 실제 상황 |
| 공부 잘하는 애들과 커닝을 원하는 자,커닝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사람(코치)으로 나뉘는데 코치들이 선수들을 과목당 30만∼50만원에 매수한다(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 경찰 수사발표와 거의 일치. 단 현재까지는 코치가 아닌 주동 고교생이 선수들을 매수했다고 경찰이 발표 |
| 선수들이 휴대전화를 잠바 안이나 상의 속에 넣고 답을 두드려서 코치들에 전달(광주시교육청 홈페이지) | 경찰 수사발표와 완전히 일치 |
| 주동자가 7명이 아니고 20명이 넘는다(광주동부경찰서 홈페이지) | 경찰 주동자를 처음에 7명이라고 했다가 22명으로 정정 |
광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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