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수능부정' 알고도 적발안했다

  • 입력 2004년 11월 22일 17시 08분


코멘트
핸드폰을 이용한 수능 부정행위는 이미 지난해부터 성행했지만 시험감독 선생님들은 올해에도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적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대학 진학을 준비하며 17일 수능을 치렀다는 광주 A여고 3학년 김모양(18)은 22일 "시험 내내 교실 여기저기서 핸드폰 진동소리가 울렸지만 감독 선생님들은 학생들 옆을 지나다니며 눈치만 줬을 뿐 컨닝을 적발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구속된 광주 S고 배모군(19)을 면회하러 광주 동부경찰서를 찾았다는 B여고 이모양(18)도 "걸릴 때를 대비해 핸드폰을 세 개씩 가지고 고사장에 가지고 들어간 학생들도 있었지만 선생님들은 '갖고 있는 핸드폰을 꺼내라'는 말만 했을 뿐 철저하게 찾아내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S고 박모군(18)도 "아이들이 모의고사 때 하듯이 대수롭지 않게 컨닝했다"며 "선생님들이 아이들이 컨닝하는 것을 분명히 알았을 텐데 잡아내지 않은 것이 이상했다"고 말했다.

광주 C고의 박모양(18)은 "50만원씩 돈을 먼저 주고 답을 받기로 약속한 다음 보내 준 답을 받아썼지만 답이 거의 잘못돼서 '사기'만 당한 아이들도 많다"며 "답을 아예 전송받지 못한 아이들도 많다"고 주장했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은 이처럼 시험장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한 학생들은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지만 "선생님들이 적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적발된 학생들은 향후 3년가 수능 응시 자격이 발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S고 이모(59) 교사는 "수능 이전부터 학생들의 부정행위 관련한 제보를 인터넷 등을 통해 보긴 했지만 학생들의 치기어린 장난인줄 알았다"며 "이렇게 엄청난 일이 벌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전지성기자 vers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