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수능 不正’ 책임소재 가려야

  • 입력 2004년 11월 21일 18시 36분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규모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가 뒤늦게 적발된 것은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부실과 당국의 무능력을 다시 한번 절감케 한다. 이번 사건은 모르고 있던 상태에서 터진 것이 아니라 인터넷 등에 나돌던 ‘예고’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어서 충격이 더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9월 초 수능 주관처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휴대전화를 통한 부정행위 방지대책 마련을 지시하고 정보통신부, 경찰청, 각급 교육청 등에도 수차례 같은 요구를 했다고 한다. 이들 기관에서 그동안 무슨 대책을 어떻게 세웠기에 이 지경이 됐는지 책임소재를 가려야 한다. 특히 ‘부정행위 브로커가 활동하고 있다’고 누리꾼(네티즌)들이 지목했고, 교육부가 특별대책 마련을 촉구했던 광주시교육청은 문책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시험감독관들도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수험생 인권을 고려해 휴대전화 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하나 일부의 부정행위 때문에 더 큰 피해를 보게 될 선량한 학생들을 먼저 생각해야 했다. 휴대전화 수거를 시험장 사정과 ‘온정’에 맡긴 교육당국의 직무태만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조직적인 수능 부정행위가 광주지역에서만 행해졌으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전국적 수사 확대가 불가피하다. 학부모나 전문 브로커의 개입이 없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서둘러 덮으려 하다가는 사태만 악화시킬 뿐이다.

차제에 학생들이 부정행위조차 ‘적발되지 않으면 그만’인 것으로 여기게 만든 사회풍토, 12년간의 공부를 단 하루에 평가하는 수능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절실하다. 디지털세대에 대해 아날로그적 평가를 고집하는 교육당국의 낙후성 또한 극복돼야 한다. 갈수록 변별력을 의심받는 수능이 공신력마저 잃지 않도록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러자면 ‘수능 부정’의 책임 소재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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