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정치권 로비의혹 조사]또다른 ‘판도라 상자’ 열리나

  • 입력 2004년 11월 1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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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 수사에 필적할 만한 결과물이 나올까.’

대선자금 수사 이후 몇 개월 동안 조용히 지내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재 알려진 것은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를 둘러싼 의혹에 대한 조사.

이 밖에 지난 대선을 전후한 중견기업 2개 이상의 정치권 로비 의혹 등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한화그룹을 목표로 조사한 것은 아니며, 한화 문제는 조사하는 여러 사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송광수(宋光洙) 검찰총장은 최근 “대검 중수부가 이것저것 손대서는 안 된다”며 “검찰의 운명을 걸고 국민에게 내놓을 사건에 손대야 한다”고 말해왔다.

대검 중수부는 올여름 이후 사채 및 채권시장 조사에 다시 매달려왔다.

6월 중수부 개편 이전의 수사팀이 2003년 10월 박지원(朴智元) 전 문화관광부 장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김영완(金榮浣)씨의 관리자금을 추적하면서 사채 및 채권시장 조사에 수사력을 모았던 만큼 이번 조사는 대선자금 수사의 마무리 차원이란 성격이 강하다.

한화그룹 조사와 관련해서는 수사팀이 8월 김승연(金升淵) 회장이 귀국한 뒤 한화에 대한 대선자금 수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2002년 당시 한화측이 매입한 채권의 일련번호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한화측이 제출한 채권 일련번호에 이미 채권업자 등을 통해 파악한 일련번호와는 다른 번호가 포함돼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 검찰이 파악하고 있던 채권과는 다른 별개의 채권이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정황을 종합할 때 이번 수사는 대선 전후에 오간 불법정치자금 중 지난 대선자금 수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들을 추가로 밝혀내는 ‘이삭줍기 수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대선자금 수사와는 전혀 별개의 사실이 밝혀지는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다.

검찰 안팎에선 ‘구 여권의 한 핵심 인사 등 몇몇 정치권 인사가 사채시장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운용한 사실이 검찰에 포착됐다’거나, ‘몇몇 업체가 대선을 전후해 채권 형태로 여야 의원들에게 로비를 벌였다’는 등의 소문이 돌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간 쌓인 첩보나 정보는 무엇이든 가리지 않고 조사하고 있다”며 “지금은 수사가 아닌 내사 단계”라고 말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고, 다른 수사 관계자는 “한 달쯤은 걸려야 한다”고 말했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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