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1000번째 肝이식수술 이승규교수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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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8시 서울아산병원 동관 수술실.

간경화에 간암까지 겹쳐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김모씨(57)의 간이식수술이 시작됐다. 이승규 교수(55·사진)가 이끄는 40명의 의료팀이 수술에 참여했다. 김씨의 형과 아들에게서 각각 간의 일부를 떼어내 김씨에게 이식했다.

수술은 16시간 만에 끝났다. 이 교수팀에게는 1000번째 간이식수술이었다. 1992년 처음으로 수술을 시작한 이후 13년 만에 만들어진 대기록이다.

현재까지 이 교수팀의 간이식수술 성공률은 95%. 국내보다 먼저 간이식수술을 시작한 미국, 유럽, 일본의 85%보다도 높다.

그러나 이 교수는 “95%의 성공보다 5%의 실패가 안타깝고 가족에게 죄송스러울 뿐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내년에는 반드시 성공률 100%를 이룰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교수는 92년 처음으로 간이식수술을 했다. 97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뇌사자가 아닌, 살아있는 사람의 간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2000년에는 두 사람에게서 간의 일부를 떼어내 한 사람에게 이식하는 ‘2 대 1 간이식수술’을 세계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 수술로 세계 이식학계는 ‘닥터 리’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실 세계 최고라는 명성은 거저 얻어진 게 아니다.

의료계에는 “이 교수팀은 가정을 포기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평균 15시간 이상 걸리는 간이식수술을 매주 4회 정도 하려면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교수팀의 젊은 교수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귀가를 할까 말까 한다.

응급수술이 있으면 새벽에도 팀원 전원의 호출기가 울린다. 10분의 오차도 없이 병원에 집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팀원 중 누구도 지금까지 불평한 적이 없다. 이 교수가 웃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지요. 누군가 해야 되는걸…. 따라주는 후배들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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