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회장-가족 피랍됐다 5억주고 풀려나… 청부납치 가능성

  • 입력 2004년 11월 1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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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회장과 가족 등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거액을 주고 풀려난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9일 오전 6시45분경 경기 양평군 단월면의 한 야산으로 등산을 갔던 대전의 유명 건설관련업체인 B사 회장 장모씨(77)와 가족 등이 괴한들에게 납치됐다가 현금 5억원을 주고 7시간 만에 풀려났다고 10일 밝혔다.

장 회장은 9일 오전 4시경 부인과 딸, 운전사인 이 회사 관리부장 강모씨(41) 등과 함께 등산을 가기 위해 렉스턴 승용차를 타고 서울 자택을 나서 오전 6시반경 산 입구에 도착했다.

이 순간 20, 30대 괴한 6, 7명이 갑자기 둔기를 들고 나타나 장 회장 일행을 결박한 뒤 자신들이 타고 온 1t 탑차(일명 박스카)의 철제화물칸에 이들을 감금했다.

괴한들은 트럭과 렉스턴 승용차에 나눠 타고 장 회장 일행과 함께 서울로 와 낮 12시경 장 회장의 휴대전화로 장 회장의 아들인 이 회사 사장 장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납치사실을 알리고 “현금 5억원을 준비해 중구 소공동 모 호텔 앞으로 오라”고 요구했다.

아들 장 사장은 회사 구매부장과 함께 현금 5억원을 서류박스 3개에 나눠 싣고 오후 3시경 약속장소로 나가 렉스턴 승용차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나타난 인질범 한 명에게 이를 건넸다.

그러나 장 사장은 인질범들이 아버지를 다시 끌고 갔고 약속대로 가족 일행을 풀어줬다는 연락을 해 오지 않자 오후 3시20분경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범인들은 이미 가족들은 남산3호터널 앞에 풀어주고 렉스턴 승용차는 용산구 이태원동에 버리고 도주한 뒤였다.

경찰은 운전사 강씨가 기억해 낸 탑차의 차량번호를 토대로 남산터널 폐쇄회로(CC)TV에 찍힌 범인의 차량을 확인해 차량 소유주 민모씨(30)와 차량을 수배하는 한편 렉스턴 승용차 등에 남아 있는 지문을 채취해 신원 파악에 나섰다.

경찰은 장 회장 일행이 “인질범들을 처음 본다”고 한 점과 범인들이 이른 새벽 출발한 이들의 행적을 잘 알고 있었던 점, 집단으로 거액을 요구한 점 등으로 미뤄 청부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장 회장 가족은 현재 서울 모처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으며, 폭행을 심하게 당한 운전사 강씨는 모 병원에 입원했다.

김재영기자 jay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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