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11자녀 키우는 구미 고아읍 김석태-엄계숙씨 부부

  • 입력 2004년 11월 1일 20시 41분


“힘들 때도 있지만 자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만 버리면 더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전국적인 출산율 하락 추세로 정부와 자치단체 등이 고민하고 있지만 경북 구미시 고아읍 김석태(金碩泰·46), 엄계숙(嚴癸淑·42) 부부에게는 ‘먼 나라’의 얘기다.

이들의 자녀는 현재 5남6녀로 40대 부부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편에 속한다.

‘다산(多産) 부부’인 이들에게 정부나 자치단체에서 꽤 많은 혜택을 줄 것 같지만 실제 사정은 다르다.

이제 100일을 지난 11번째 자녀 ‘나은’(딸)을 낳을 때까지 출산과 관련해 정부나 자치단체로부터 정식 지원을 받은 적은 전혀 없다.

지난해 딸을 낳았을 때 구미순천향병원이 출산비용(20여만원)을 면제해준 것이 제대로 된 혜택의 전부였다. 구미시 차원의 지원은 없었다.

또 다른 혜택은 고교 3학년인 큰 딸과 초등생 2명 등 모두 3명이 학교 급식비를 면제받는 정도다.

이마저 제도적 뒷받침이 아니라 학교에서 “아이들이 많으면 그만큼 생활이 힘들지 않겠느냐”며 비공식적으로 배려해준 것이다.

김씨 부부의 월 고정소득은 80만∼100만원에 불과하다. 신자가 30여명인 작은 교회의 목사인 김씨는 교회에서 나오는 소득에다 틈틈이 목수로 일하면서 가계를 꾸려가고 있다.

김씨는 “요즘 ‘저출산이다, 고령화사회다’ 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세태를 걱정하지만 우리에겐 참 추상적인 말”이라며 “자연분만비 면제 등의 출산장려책도 너무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김씨 부부는 아이들 때문에 짜증을 낸 적이 거의 없다. 공부를 많이 시켜 좋은 대학에 보내야 한다는 욕심부터 버렸다고 한다.

엄씨는 “아이들이 많아서 힘들다기보다는 잘 키워야한다는 마음이 지나칠 때 부모가 힘들어지지 않겠느냐”면서도 “저출산을 걱정하며 출산장려책이 시급하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에서 들을 때마다 ‘실제로 지원이 제대로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곤 한다”고 밝혔다.

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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