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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0월 25일 20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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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도에 근무하면서 학생들과 주민들을 위해 봉사한 공로로 최근 ‘유재라 봉사상’을 받은 전남 신안군 흑산면 흑산북분교장 조형희(49·여) 교사.
‘유재라 봉사상’은 유한양행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장녀 유재라(1991년 작고) 여사의 사회봉사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2년 제정된 상이다.
조 교사가 목포항에서 뱃길로 1시간 50분 거리인 흑산도에 부임한 것은 2002년 3월. 미혼인 조 교사는 흑산도로 가기 전 산간오지인 전남 화순군 북면 아산초등학교에서 2년을 근무했다.
“섬을 좋아했고 이왕이면 낙도에 가고 싶었어요.”
흑산도와 인근 섬에는 9개 분교가 있는데 조 교사가 부임한 곳은 흑산도 항에서 비포장길로 1시간 정도 더 들어가야 하는 흑산서분교였다.
학생수 12명의 미니학교 분교장을 맡은 조 교사는 부모 이혼 등으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 맡겨진 아이들과 글을 읽을 줄 모르거나 자폐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닫힌 마음을 먼저 열어줘야겠다고 결심했다. 조 교사는 우선 ‘열린 학습’을 통해 섬마을 아이들의 ‘희망 찾기’에 나섰다.
섬에 있는 해군부대를 찾아가 자매결연을 맺은 후 부대로 소풍도 가고 축구경기를 열기도 했다. 경찰관 아저씨를 학교로 초청해서 1일 교사로 참여시키고 기상청이나 목포 유달산 등지를 찾아 체험학습을 했다.
아이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영어연극 ‘백설공주’와 ‘흥부전’ 발표회를 갖고 아이의 글과 그림을 모아 문집도 만들었다.
노인들을 챙기는 것도 조 교사의 몫. 해군 장병을 초청해 이발봉사, 재래식 화장실 방역과 전자제품 수리 등을 해줬다.
조 교사는 “마을에 활기가 넘치는 게 가장 큰 보람”이라며 “상금으로 받은 1000만원을 섬 지역 아이들을 위한 장학재단 종잣돈으로 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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