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집회동원 문건’ 사실로…일부구청 “팩스 받아”

  • 입력 2004년 10월 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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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시의회 주최의 수도 이전 반대 집회에 주민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일선 구청에 협조를 요청하는 ‘업무연락’이란 이름의 문서를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6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서울시 국감에서 “그런 문서를 보낸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이명박(李明博) 서울시장과 신연희(申燕姬) 행정국장의 위증 여부를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8일 서울의 일부 구청 간부들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17일 열린 ‘수도 이전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 행사에 앞서 14일 일선 구청에 서울시 행정국장 및 행정과장 명의의 문서를 팩스로 보냈다.

행정과장이 보낸 문서는 ‘9월 17일 수도 이전 반대 범국민운동본부 출범식 안내’라는 제목으로 “각 자치구에서는 당일 행사 참여 안내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쓰여 있다.

또 행정국장이 각 부구청장들에게 편지 형식으로 보낸 문서에는 “부구청장님께서는 직접 관심을 가지시고 구별 200여명의 참여 인사들이 자치구별 집결지로 모이신 후 행사장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적극 조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K구청 간부는 “그 공문서는 지시 문서가 아닌 ‘업무연락’ 형태의 일반 문서여서 구청별로 다르게 대응했다”며 “우리 구청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구의원이 많아 협조하지 않기로 결정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 행정국장은 또 지난달 14일 승용차요일제 시행과 관련해 업무 협의차 서울시청에 들른 일선 구청의 행정국장들에게 “17일 행사 때문에 시의회에서 협조 요청이 왔는데 도와 달라”며 구두로 협조를 부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이 시장이 국감이 끝난 뒤 곧바로 사실 여부와 경위 등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하라고 지시했다”며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조사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장은 국감에서 열린우리당 우제항(禹濟恒) 의원이 문제의 두 문건을 제시하며 “이 문서가 바로 서울시의 ‘관제데모’를 입증하는 문서”라고 추궁하자 “수사기관에 정식 의뢰해 ‘공문서 위조’ 여부를 확인해 보자”고 말했다. 또 신 행정국장은 “공문서 형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전혀 본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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