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지자체들 “뭉치면 이득”

  • 입력 2004년 10월 5일 21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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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욱 전북지사와 김태호 경남지사는 지난달 초 두 자치단체의 접경인 육십령 고개의 팔각정에서 만났다. 이날 두 지사는 ‘2014년 동계올림픽 공동유치를 위해 양 도가 노력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강 지사는 열린우리당, 김 지사는 한나라당 소속이지만 정당과 지역을 넘어 양 도의 ‘윈-윈’을 위해 손을 맞잡은 것.

광역, 기초할 것 없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이 대형 국책사업이나 지역개발 사업 등 공동 관심사를 위해 힘을 합치고 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거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단점을 보완해가며 상생(相生)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뭉치면 이득=지난달 20일 오후 5시 충북 제천시청 대회의실. 모처럼 이원종 충북지사, 김진선 강원지사, 이의근 경북지사 등 3도(道)지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낙후된 중부 내륙권을 공동으로 발전시키자는 뜻에서 ‘중부내륙권 문화·관광협력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앞서 9일 박맹우 울산시장과 허남식 부산시장, 김태호 경남지사 등은 부산시청 대회의실에서 만나 동남경제권의 산업생산역량을 강화하는 데 적극 협력키로 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자치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수도권의 대기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동연구를 진행했다.

기초자치단체간 협력도 활발하다.

경북 안동을 비롯해 강원 영월, 충북 괴산, 전북 정읍, 전남 해남 등 고추 주산지 자치단체장 16명은 중국산 고추 수입에 대처하기 위해 지난달 협의회를 결성했다.

경북 고령 성주군과 대구 달성군, 경남 합천군도 가야문화권이라는 역사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강원 영월군과 경북 영주시, 충북 단양군은 1998년 ‘3도 행정교류회’를 만들고 관광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조속 ‘내 몫 더 챙기기’로 갈등 소지 남아=부산시와 경남도는 ‘부산-경남 경마장’을 공동 추진해왔으나 부지 결정과정에서 의견 조정이 되지 않았다. 결국 경마장 부지는 경계를 다시 그은 뒤 두 자치단체에 절반씩 걸치도록 결정됐다.

또 500만평 규모로 조성중인 부산 진해 신항만은 서로 해당 지자체 지명을 고집해 아직 이름조차 결정하지 못했다.

경북 안동시와 영주시는 고택(古宅) 관광자원 개발을 추진하고 있지만 협력은 뒷전인 상황이다.

충북개발연구원 원광희(元匡喜) 박사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협력하는 만큼 뚜렷하고 정확한 조율장치나 조정기구가 우선되지 않으면 새로운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지자체들이 각종 사안을 놓고 공조하는 것은 지역간 감정을 해소하고 지자체 제도가 뿌리내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기우기자 straw825@donga.com

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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