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파로 범인 잡는다… 대검, 분석장치 도입

  • 입력 2004년 9월 29일 18시 23분


코멘트
대검찰청은 과학적인 수사를 뒷받침할 새 장비로 ‘뇌파분석 장치’를 도입, 수사에 시범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이 장치는 사람의 뇌가 이미 알고 있는 친숙한 이미지와 처음 접하는 생소한 이미지에 대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당초 의료용으로 고안된 것을 수사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이다.

대검 과학수사과 김종률(金鍾律) 과장은 “뇌에 친숙한 자극이 주어지면 300msec(1000분의 300초, 0.3초) 후 뇌에서 발생하는 특정 전압(양극전위)이 급격히 증가해 뇌파 그래프에 큰 변화가 생긴다”며 “이런 현상을 생리심리학적으로 ‘p300’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이 장치의 핵심 작동원리”라고 설명했다.

이 장치는 뇌파를 분석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특정 진술을 할 때 나타나는 혈압 맥박 호흡 등 심리적 생리적 반응 변화를 분석해 진술의 진위를 가리는 기존의 거짓말탐지기와 다르다.

김 과장은 “뇌파분석장치가 거짓말탐지기에 비해 훨씬 더 과학적이고 정확하다”며 “학계에서는 p300을 이용한 뇌파탐지가 95∼98%의 정확성을 보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뇌파분석장치의 도입은 자백 위주의 수사방식에서 탈피해 범죄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전문가들과 공동연구 작업을 계속해 수사 실무에 본격 활용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의 ‘거짓말탐지기 운영규정’ 등을 개정해 ‘거짓말탐지기검사’란 용어를 ‘심리생리검사’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거짓말탐지기란 용어 자체가 인간존엄을 해치고 심리적 거부감를 불러일으킨다는 판단에 따라 이름을 바꿔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뇌파분석 장치의 영어 표현은 ‘다중(多重) 기록’을 뜻하는 ‘폴리그래프(polygraph)’이다.

조수진기자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